[재편되는 결제시장]'수수료 정률제' 태풍의 눈밴 사업자 수익 40% 급감 우려, 시장 확보 경쟁 심화
안경주 기자공개 2016-08-23 06:31:0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19일 1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온·오프라인 결제시장이 무한경쟁 체제로 바뀌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 확산으로 삼성·신세계 등 신규 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하는 한편 기존 사업자들은 산업 생태계 변화로 수익 악화에 직면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인 부가통신사업자(VAN, 이하 밴)가 대표적이다.정부가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자 결제 과정에서 가맹점(판매자)과 카드사를 연결해주던 밴 업계에 불똥이 튀었다. 밴 사업자들은 카드사와 가맹점을 중개해 주고 수수료를 받아왔는데, 이 수수료 체제를 개편하고 나선 것이다. 밴 사업자들은 수수료 체계가 개편되면, 당장 수익 악화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내년부터 최대 40%까지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존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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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수수료 체계 개편, 예견되는 수익 감소
나이스정보통신과 한국정보통신·KIS정보통신 등으로 구성된 밴 업계는 지난해부터 카드사들과 수수료 정률제 협상을 해오고 있다. 신한카드를 시작으로 KB국민카드, 비씨카드와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하기로 합의했고, 하나카드·현대카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롯데카드와는 정액제를 유지하지만 구간별로 수수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구간정액제로 전환하거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수수료 정액제는 승인 건수를 기준으로 일정액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이고, 정률제는 결제금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액제 수수료는 건당 70~150원 안팎이다. 몇 년 전부터 소액·다건 결제가 확산되면서 카드사에 역마진을 안겨줬지만 밴 사업자들의 수익은 증가했다. 결제 건수가 늘어난 만큼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전체 카드승인건수는 2012년 89억8600만 건에서 2015년 136억8500만 건으로, 불과 3년만에 52.3% 증가했다. 이는 밴 사업자의 실적 증가로 나타났다. 나이스정보통신의 지난해 매출은 2639억 원으로 2012년(1780억 원)과 비교해 48.3% 증가했다. 한국정보통신 매출도 같은 기간 45.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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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건당 결제금액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률제 전환은 곧 밴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카드이용 1건당 평균결제금액은 2012년 5만7969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4만6533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1000원짜리 물건도 카드로 긁는 소액결제가 늘어나면 밴 사업자들이 유리하지만, 밴 수수료를 정률제로 전환할 경우 카드사들은 연간 2~4%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하지만 밴 사업자들은 최대 40%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가 확산되면서 추가 수익 감소도 우려된다. 밴 사업자들은 가맹점의 허위매출과 불법 카드결제 등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일정 수수료를 받고 카드사를 대신해 매출전표를 수거해 왔다. 하지만 무서명 거래가 확대되면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전표를 수거하지 않아도 된다.
전체 결제건수 가운데 5만원 이하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밴 사업자들은 그만큼 매출전표 수거와 관련한 수수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매출전표 수거 수수료는 밴 사업자가 카드사에서 받는 수수료의 약 3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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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확보 등 본격화되는 무한 경쟁
밴 업계는 수수료 정률제 전환 등에 따른 영향이 내년부터 본격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가맹점 리베이트를 금지하자, △가맹점 결제 단말기 지원 △전용회선 구축 등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면서 올해 실적이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금지 효과는 올해 상반기 극명하게 나타났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올해 상반기 1499억 원의 매출과 24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6.3%에 달한다. 한국정보통신의 상반기 영업이익률도 13.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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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올해 양호한 실적을 달성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선 이미 경쟁이 시작됐다. 당장 병원, 주유소, 호텔 등 가맹점 확보전이 치열하다. 수수료 정률제로 전환된 만큼 고액 결제비중이 높은 대형 가맹점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률제 전환으로 결제금액에 비례해 수수료를 받게되는 만큼 고액 결제가 많은 가맹점을 확보해야 수수료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밴 사업자의 수익이 감소하는 가운데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간편결제 등으로 대표되는 O2O(온·오프라인) 결제시장 확대로 신규 사업자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에만 밴 사업자로 LG유플러스, 신세계I&C, 더존비즈온 등이 등록했다. O2O결제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전자결제대행업(Payment Gateway, PG) 뿐만 아니라 밴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외 진출에 나서거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드는 등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여의치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수료 정률제나 무서명거래는 시대 흐름인 만큼 이제 밴 사업자들은 경쟁 속에서 생존해야 한다"며 "차별화된 밴 서비스를 내놓고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등 살길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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