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9월 01일 13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계 캐피탈사의 신용등급 적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은행계 캐피탈사는 전형적인 고위험 업종에 속해 있지만 은행을 배경에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AA급의 초우량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 캐피탈사의 경우 최근 수년간 다수 기업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캐피탈업계 신용 차별화는 자금조달 양극화, 여전채 금리왜곡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시장전문가들은 천편일률적인 은행계 캐피탈사의 신용등급 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KB·신한·하나·산은·IBK·JB·BNK캐피탈의 신용등급은 시장 점유율이나 자산규모 등에 상관없이 모두 AA-를 나타내고 있다.
신용평가의 기본인 산업위험, 펀더멘털, 사업 효율성보다는 외부 지원 가능성에 방점을 찍다보니 근거 미약의 '붕어빵식 평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별 캐피탈사의 재무상황 등을 고려하면 독자신용등급 대비 적어도 1노치에서 최대 3노치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실제 크레딧 이벤트 발생 시 그룹 계열인 은행이 지원에 나설 것인가에 대해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별로 지원 가능성에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도 은행계라고 해서 무조건 동일한 등급을 부여하는 자체가 모순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기업 신용평가에서 유사시 계열 지원 가능성은 지원 능력과 의지를 포괄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지원 능력의 경우 모회사(은행)의 재무건전성이나 유동성 여력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원 의지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모호한 논리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그나마 정교하게 가늠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수긍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적어도 캐피탈사의 지분구조나 계열 내에서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하나캐피탈이나 KB캐피탈의 경우 지주사의 지분율이 50%를 갓 넘는 수준이다. 100% 완전자회사로 있는 타 은행계 캐피탈사에 비해 지분율이 현격히 낮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와 같은 유사시 지원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게 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연히 은행계 캐피탈사라도 신용등급이 달라지는 게 타당하다.
계열 내에서의 전략적 중요도 역시 은행계 캐피탈사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전략적 중요성은 일반적으로 계열 간 연계영업의 비중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은행계 캐피탈사의 강점이자 주된 사업영역인 자동차할부금융의 경우 은행과의 연계영업 비중이 미미하다. 전략적 중요성 측면에서 지원 가능성을 과도하게 높게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특히 산은캐피탈처럼 M&A 매물로까지 나온 경우라면 은행의 지원 가능성에 더 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AA급의 높은 신용도를 부여할 만한 논리를 세우기 어렵다.
그렇다고 은행계 캐피탈사 신용등급의 거품을 전적으로 신용평가사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캐피탈사를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시장 왜곡은 상당부분 정보공개 수준의 열위에 원인을 두고 있다. 사업경쟁력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한 은행계 캐피탈사의 노력도 부족하다. 신용평가사에 제공하는 정보의 양과 질이 떨어지고, 투자자와의 접촉 또한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평가사들이 캐피탈사의 펀더멘털이나 사업성보다는 지원 가능성에만 매달려 붕어빵식 신용등급을 내놓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등급 결정 체계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캐피탈사의 정보공개 확대 노력이 동시에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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