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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맞은 BIT, 투자자 보호 조항 명확해져야" [2016 THE NEXT]국제법 전문가 스티븐 라트너 교수 "중재판정부 구성 다양화 필요"

김진희 기자공개 2016-09-23 18:26:13

이 기사는 2016년 09월 23일 13: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은 국제 투자법의 전환기다." 국제법 전문가 스티븐 라트너 미시간대 교수는 이같이 강조하며 양자간 투자 협정(BIT)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23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6 더벨 글로벌 컨퍼런스 'THE NEXT' 기조연설에 나선 라트너 교수는 미국 로스쿨에서 국제 투자 분쟁 해결방안과 관련한 강의를 처음으로 개설한 인물이기도 하다.

BIT는 외국인의 투자에 대해 투자유치국의 임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체결하는 협정이다. 1959년 독일과 파키스탄이 최초의 BIT를 체결한 이래로 전세계적으로 2만 여개의 BIT가 체결됐다. 한국은 90여개의 BIT를 체결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 유치국가의 규제 등으로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D) 등 분쟁해결 기구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2016 더벨 글로벌 컨퍼런스 더 넥스트
23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2016 더벨 글로벌 컨퍼런스 THE NEXT'에서 스티븐 라트너 미국 미시간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국제 투자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이해당사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공정하고 평등한 대우(FET)'다. 외국인 투자자를 내국인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FET의 범위 해석에서 이견이 발생한다. 투자자는 FET를 높은 수준으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투자유치국은 비상식적 행동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협의의 해석을 하고 있다.

FET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가 이를 무기로 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악용사례로 꼽힌다. 라트너 교수는 "소송에 나서겠다고 위협하는 행위 자체가 해당 국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가 환경보호, 인권, 재난 등과 관련해 정책적 조치를 행할때 분쟁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라트너 교수는 "최근 인도가 발표한 표준 BIT는 투자자 보호 관련 조항이 기존 BIT 대비 적게 포함됐다"며 "다른 국가에서 참고할만한 모범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FET 관련 조항이 보다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라트너 교수는 또 북반구 국가들이 주도하는 국제 투자 분쟁 중재판정부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재판정부는 대부분 상법을 전공한 북반구 국가 출신 남성으로 구성된다"며 "국제상법, 투자법 이외의 분야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고 여성, 남반구 출신 등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중재인단이 직업을 가진 경우 중립성 문제도 우려된다.

국제 투자와 함께 진화해온 BIT의 향후 변화 방향에 대해 라트너 교수는 "BIT를 독자적으로 취급하지 말고 인권법, 환경법 등 다른 국제법과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UN 인권위원회는 각국이 투자계약을 맺을때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원칙을 채택한 바 있다.


<발표전문>

중요한 컨퍼런스에 초대돼 처음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오늘 목표는 국제투자법, 분쟁해결과 관련해 개괄적인 배경을 전달하는 것이다. 지난 70여년간 법리는 분쟁과 그에 대한 반응에 따라 진화했다.

투자와 관련한 국제법은 식민지 시대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강대국이 아프리카 등 식민지를 점령하면서 투자회사를 대리인으로 활용했다. 외지인의 투자를 특정 기준에 맞추는 과정이다. 투자유치국과 투자자 간 구체적 갈등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기가 되면 변화가 나타난다. 남미와 소련연방에서 대규모로 외국인의 재산을 수용했다. 이란과 아랍국가에서도 1960~1970년대 이런 수용이 이뤄졌다. 이 기간 미국 등 서방국가에서는 국제법이 외국인 투자를 관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국가가 재산을 수용하면 적절한 보상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이다. 남반구 국가는 이에 반대했다. 국제연합(UN)이 1962년 국가는 적절한 수준을 보상해야한다는 의결안을 채택하며 이 문제가 일단락됐다. 국제법이 아닌 국가법이 보상의 기준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남반구 국가는 이후에도 보상 여부는 국가에서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따라 분쟁이 발생했다.

해결을 위한 방안은 투자자와 유치국이 개별적으로 합의하는 방법이 있다. 계약 시 단서를 다는 것이다. 양 국가가 합의하는 안도 있다. 국가 간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이런 합의와 보상이 나타난다. 미국과 중국이 관계정상화에 나섰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1달러 당 40센트에 달하는 보상을 받았다.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국가간 분쟁 해결 기구가 판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란에 미국 인질 52명이 억류됐던 사건 당시 미국인 투자자에 유리한 수 백건의 판정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 초기에는 유치국과 투자자 간 분쟁해결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신경쓰기 때문이다. 북반구 국가들이 대안적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 바로 양자간 투자 협정(BIT)이다. 1959년 독일과 파키스탄이 최초의 BIT를 체결했다. BIT의 목적은 타국의 투자에 대해 투자유치국의 임무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서는 국가간 해소에서 국제 심판부 제소로 기조가 바뀌었다. 북반구 국가의 주도 하에 남반구 국가가 소외받은 측면이 있었다. BIT를 체결한 국가가 훨씬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연구결과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결과도 찾아볼 수 있다.

BIT는 두 가지 방식으로 바뀌어왔다. 우선, 양자 간에서 지역 간 체제로 바뀌어가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다자적 접근이다. 선진국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많이 체결되는 것 또한 BIT의 변화 양상이다. 중국은 59개의 BIT를 체결했다. 투자자 국가간 중재판정은 지난해 30여건 이뤄졌다.

BIT의 특징은 외국인투자자 보호조항이다. 내국민대우, 최혜국대우다. 외국인 투자자를 자국민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상대적 기준이다. 절대적 기준도 있다. 투자자를 대우함에 있어서 국제적 최소 기준인 공정하고 평등한 대우(FET)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쟁 발생 시 해결과 관련한 조항도 포함한다. 협상 후 해당 국가 법원에 제소하거나 투자자-국가간 법정에 회부도 가능하다. 둘 중 선택하도록 명시하는 조항을 넣는 BIT도 있다. 1965년 설치된 월드뱅크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가 대표적 중재기구다.

BIT는 과거보다 훨씬 상세해지고 있다. 특히 이해관계에 따라 FET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대부분의 유치국에 대한 투자자의 클레임은 FET 조항에 대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FET 조항을 높은 수준으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명성, 정부 의사결정 등의 기준이 투자자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각국 정부는 FET를 최소기준으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자자에 대한 비상식적 행동만을 금지하는 조항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대부분의 판정에서는 FET를 최소기준으로 해석하는 추세다. BIT 체결시 FET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간접수용(Indirect Expropriations)에 관한 분쟁도 있다. 정부의 규제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 재산의 경제적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다. 메탈클레드 사건이 대표적이다. 멕시코 정부의 환경규제 때문에 미국 폐기물 처리시설 메탈클래드사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ICSID는 메탈클래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많은 환경단체가 반발했다. 투자자에 대한 보상이 환경규제에는 적용돼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간접수용이 심각한 경제적 가치 훼손에만 적용되는 추세다.

200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전기회사와 가스회사가 규제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고 소를 제기했다. 아르헨티나는 국가 긴급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배상을 하되 규모를 제한하는 판정이 나왔다.

북반구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제 위기, 오염, 기타 위협이 발생하면 투자자인 다국적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한 미국 언론사가 규제와 국제분쟁에 관한 르포를 발표했다. 투자자가 중재를 무기로 위협하면 정부 규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다뤘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정부기구(NGO)를 비롯해 정치인들이 대안 마련에 나섰다. 미국의 메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자 법학전문가 엘리자베스 워렌이 대표적이다.

국제 분쟁 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 때문에 BIT가 투자자 보호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중국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BIT 체결 없이도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BIT 없이도 글로벌 투자가 잘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BIT의 문제점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우선 FET와 최소대우기준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되, 정책적 필요성에 의한 결정은 어느정도 인정해야 한다. BIT가 외국인 투자자에 일정 수준 의무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BIT를 독자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다른 국제법과 함께 봐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권법, 환경법, 노동법, 반부패관련법과의 상관 관계 하에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UN 인권위원회는 비즈니스와 인권에 대한 원칙을 채택했다. 각국이 투자계약을 맺을때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최근 새로운 BIT 체결에 대한 협상이 더디게 이뤄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미국 의회가 비준하지 않고 있는 예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BIT가 긍정적으로 변화한 부분도 있다. 2012년 미국에서 표준 BIT를 개정했다. FET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했다.

다음으로는 글로벌 투자자-국가간 분쟁의 해결 추이를 살펴보겠다. 최근 144개 최종 판결중 투자자는 40% 승소했다. 투자 유치국가가 대부분 이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소송 위협 자체와 합의에 도달하는 경우 등은 정부의 의사결정 절차에 영향을 미친다. 특이한 점은 미국이 제소된 경우, 한 번도 패한적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법이 투자자를 잘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재 판정부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는 의심도 있다. 미국이 향후 BIT를 체결하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다.

중재 판정부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소수의 인원으로 이뤄져있고 대부분 상법을 전공한 북반구 국가 출신 남성이다. 국제상법, 투자법 이외의 전반적인 국제법 지식은 풍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성인력, 남반구 출신의 부족 등 다양성 문제도 거론된다. 중재인단이 직업을 가진 경우 중립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비공개로 중재가 이뤄지고 판정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국가들은 모든 심리를 공개로 진행하고 웹으로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투명성을 보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항소의 가능성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같은 판정단이라도 특정 BIT의 특정 조항을 분쟁마다 다르게 판정하는 경우다. 어느정도의 예측가능성이 확보돼야 분쟁 발생 시 제소할 지 합의할 지 판단하기 쉬워진다. 현재는 절차상의 문제가 밝혀진 경우 외에는 판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BIT 시스템의 전망을 논하겠다. 지금은 국제 투자법상 전환기다. 지난해 39개의 새로운 BIT가 체결됐고 올해는 11개에 불과하다. 인도가 최근 발표한 표준 BIT는 투자자 보호 조항을 기존의 BIT 대비 훨씬 적게 포함했다. 수용에 대해서도 협의의 해석을 택했다. 다른 국가들이 참고할만하다고 생각한다.

국제 투자 분쟁 해결 대안 중 하나로 영구적 투자 법원이 거론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2만 개의 BIT가 체결돼 있다. 이중 EU-베트남 BIT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과 관련해 영구적 법원을 선정했다. 양측 당사자는 법원 판사를 지명할수있다. 중재인 선임절차와 관련해 이해상충문제에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투명성 강화와 투자법원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 투자자-국가간 중재조항을 아예 폐기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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