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0월 31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벌가의 후계 승계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기승전결이 명확하다. 모든 인물과 사건들이 보이지 않은 실로 연결돼 있다. 뜬금없어 보이는 사건 조차 결론을 위한 복선인 경우가 많다. 시청자들 혹은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는 공통점도 있다.성공적인 드라마를 위해서는 각본과 연출, 즉 기획력이 담보돼야 한다. 또 쳐저서는 안된다. 속도가 생명이다. 한순간 삐끗하면 결과를 되돌리기 힘들다. 이 같은 흥행 요건에 비춰봤을 때, 크라운제과 3세 승계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을만 하다.
크라운제과는 이미 윤영달 회장의 장남이자 적통 후계자인 윤석빈 대표이사가 경영을 도맡고 있다. 그럼에도 윤 대표는 크라운제과 지분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대신 개인회사인 두라푸드를 통해 크라운제과를 간접지배하고 있었다.
후계 승계를 위한 목표는 명확했다. 윤 대표 혹은 두라푸드의 크라운제과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그것이다. 최근 한 달 새 크라운제과와 오너 일가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먼저 두라푸드가 승계 재원을 마련했다. 두라푸드는 보유하고 있던 해성농림 지분을 크라운제과에 팔았다. 지분 매각을 통해 단번에 310억 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크라운제과의 지분 매입 명분은 '아트마케팅 강화 및 효율화'였다.
'왜 하필 지금일까?'라는 의문이 채 사리지도 전에 다음 화가 시작됐다. 제목은 '지주회사 전환'이었다. 통상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오너 일가 등 지배 주주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된다. 생각지도 못한 지주사 카드로 오너 3세의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당면 과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
윤영달 회장의 지분 증여는 이번 드라마의 하이라이트였다. 윤 회장은 아들인 윤석빈 대표에게 크라운제과 지분 3%를 증여한다. 또 4% 지분을 두라푸드에 판다. 이 거래로 최대주주도 윤 회장에서 두라푸드로 바뀐다. 드라마의 대미를 대관식으로 마무리지은 셈이다.
철저한 기획 아래 진행된 탓에 잡음도, 이견도 없었다. 오히려 과감한 결단에 시장은 호의적인 신호를 보냈다. 지주사 발표 직후 상향 곡선을 그린 주가가 이를 증명해준다.
가업 승계는 '악'이 아니다. 적법절차에 따른 것이라면 오히려 시장의 오해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옳다. 후계 승계가 경영 불확실성 요인이 돼서는 안된다. 그런 측면에서 크라운제과는 본보기가 될 만한 선례를 남겼다. 이제 '윤석빈'호(號)는 가시적인 경영 성과만 보여주면 된다. 진정한 해피엔딩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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