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크자문, 알고리즘의 한계?...실적 급락 [투자자문사 경영 분석] ②예상치 못한 장세에 수익률 급반전
김기정 기자공개 2016-11-28 09:44:00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2일 14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자문업계에서 실적 상위권에 드는 시스템 트레이딩 전문 자문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쿼크투자자문은 지난 수년 간 안정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미처 잡아내지 못하는 장세가 펼쳐지자 수익률이 급락했다.◇시스템 트레이딩으로 성장…올들어 순이익 급락
국내에서 시스템 트레이딩의 입지는 좁다. 전세계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에선 동 떨어져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자문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알고리즘을 전면에 내세운 투자자문사는 적지 않지만 실제 돈을 버는 곳은 소수에 그친다.
투자자문사 당기순이익 순위를 보면 알 수 있다. 6년치를 살펴봐도 시스템 트레이딩 전문 자문사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위권을 꾸준히 휩쓸었던 브레인이나 타임폴리오· 쿼드·DS 등은 일찌감치 헤지펀드 시장으로 진출했고, 자주 이름을 올리는 VIP·그린·프렌드·가치 등은 주식, 그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가치주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곳들이다.
쿼크투자자문의 실적은 그래서 유의미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쿼크투자자문은 2014년 기준 당기순이익 17위를 기록했다. 월등히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국내의 척박한 환경을 감안하면 꽤나 장사를 잘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물 거래에 기반한 시스템 트레이딩은 운용 가능한 규모의 한계도 존재한다. 인력 구성 역시 상당히 단출하다. 이민호·황주동·문일수 등 3명의 공동대표와 감사 1명, 백오피스 직원 1명이 직원의 전부다.
5년 간의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지난해까지 쿼크투자자문은 성장을 거듭해왔다. 변동폭은 꽤 컸지만 우상향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올 들어 순이익이 급락했다. 지난 2/4분기 순이익은 2억 679만원으로 지난해 4/4분기 13억 4550만원 대비 무려 85%나 감소했다.
투자자문 및 투자일임 수수료 추이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 수수료는 같은 기간 18억 2418만 원에서 5억 982만 원으로 4분의 1 가까이 줄었다.
|
◇올들어 수익률 추락…알고리즘 예측 못한 장세 지속
당기순이익 및 수수료 추이는 수익률 추이와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 10월 말 기준 연초 이후 쿼크투자자문의 수익률은 -11.88%다. 회사 설립 2009년 6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의 누적수익률이 113.69%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급반전한 셈이다.
KTB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운용하고 있는 'KTB스마트시스템트레이딩투자신탁' 역시 올해 성과가 부진하다. 지난해 말 1년 수익률 8.44%로 유형(기타혼합형) 평균 수익률 2.73%와 큰 격차를 벌렸고, 2014년 말에도 8.92%로 유형평균(2.39%)을 크게 앞섰지만 21일 기준 올 초 이후 성과는 -1.92%에 그치고 있다.
수익률이 급반전한 이유는 시스템 트레이딩이 미처 잡아내지 못하는 장세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누적돼 온 통계 변수 등에 기반한다. 예컨대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기에 어떠한 장세가 펼쳐졌는지를 확률적으로 분석해 앞으로 다가올 금리 인상기에 언제, 무엇을 사고 팔지를 결정하는 식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지금껏 시장에 없었던 변수들이 등장했거나, 혹은 여러 변수들이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쿼크투자자문 관계자는 "시스템 트레이딩은 알고리즘에 따라 스스로 운용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률 등락 이유를 단정하기 힘들고, 사후적으로 미뤄 짐작할 수밖에 없다"며 "브렉시트 여파나 국내외 정치적 불안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쿼크투자자문은 지난 2011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전 세계를 덮친 때다. 연초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고, 연말에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2011년 4/4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 5년 내 최저치인 -3억 3148만 원을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이 과거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다 많은 경험이 축적되고, 시장이 비교적 제자리를 찾는다면 우리의 모델 역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동인기연, 필리핀 바타안경제특구청과 협력 강화
- [i-point]태성, 임대공장 계약 "복합동박 장비 초도물량 대응"
- [상호관세 후폭풍]중국·베트남 생산비중 높은 HS효성, '고관세' 영향 불가피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동국산업, 손익 '엇박자'…영업흑자에도 순손실 300억
- [Red & Blue]무상감자에 관세 전쟁까지...'신저가' 찍은 KG모빌리티
- [석유화학 숨은 강자들]유니드, 고ROE와 상반된 PBR…중국공장 신설효과 기대
- [현대차그룹 벤더사 돋보기]에스엘 이사회 '오너 3세' 주축…'역할 분배' 뚜렷
- NH증권 점프업리그, 해외로 확장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KG스틸, 그룹내 '유동성 창출' 중심 부상
- KB국민은행, 가판대 대폭 조정…한·중 펀드에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