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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펀드 운용사의 딜레마 [thebell desk]

김동희 벤처중기부 차장공개 2017-04-07 08:00:06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6일 08: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태펀드가 출자하는 문화콘텐츠펀드는 빛 좋은 개살구와 같다. 매년 정책자금이 쏟아지면서 펀드 규모가 커지고 투자도 늘고 있지만 그다지 실속은 없다.

소위 대박을 낸 작품에 투자해도 돌아오는 수익은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영화, 드라마 등의 독특한 제작과 배급 환경 탓에 배우나 배급사, 제작사가 가져가는 금액이 크기 때문이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의 수익배수는 2.38~2.46배(2016년 회수기준)다. '부산행'이나 '검사외전', '내부자들'은 1.12~1.54배다. 투자 원금이 늘어났으니 나쁘다고 할 수 없겠지만 성공한 벤처투자 치고는 수익 배수가 현격히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오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상장에 성공할 때 벤처캐피탈이 기대하는 수익은 보통 원금의 4배에 달한다. 대박이라고 불리는 투자는 10배를 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화콘텐츠펀드는 전체 수익률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원금만 보전해도 운용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반면 펀드 관리는 매우 까다롭다. 프로젝트 투자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공정거래위원회 지정기준)이 배급하는 한국영화에 투자할 수 없다. 임금 체불 제작사나 주요 출자자(LP)가 제작한 프로젝트에도 투자할 수 없다. 영화 배급·유통 단계에서 투자하면 주목적투자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제작완료 이전 단계에 투자하는 경우 문화산업전문회사를 등록해야 하며 메인투자시 스텝 인건비를 별도계정으로 관리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수립한 표준계약서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문화산업 이외의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별도 계좌 관리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기대 수익은 별로인데 처리해야 할 일은 매우 많은 번거로운 펀드로 전락한 것이다.

최근에는 투자를 받는 제작사마저도 모태펀드에서 출자받은 문화콘텐츠 펀드를 기피대상으로 꼽고 있다. 영세한 제작사의 경영 사정상 투자를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문화콘텐츠 펀드의 투자는 가급적 가장 늦게 받으려 한다.

그나마 될 성 부른 작품에 투자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메이저 배급사가 제작에 참여하는 작품은 투자가 원천 차단됐고 유능한 제작사는 대기업 등 다른 곳에서 투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나 은행, 캐피탈사 등에서도 문화콘텐츠에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투자 경쟁은 이전보다 더 치열해졌다.

자연스럽게 문화콘텐츠 펀드의 투자는 영세 제작사에 집중돼 수익을 점점 더 기대하기 힘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의 자금을 운용하는 모태펀드의 정책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족하는 정부 자금은 당연히 국내 문화콘텐츠 제작 환경을 개선·발전시키는데 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그 동안 운용사들이 대형 배급사의 그늘에 안주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투자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화콘텐츠펀드 운용사의 존립 자체를 고민케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규제와 제약은 개선해야 한다. 투자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전반적인 문화콘텐츠 제작환경을 바꿀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하다. 문화콘텐츠펀드 운용사의 투자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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