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기, 유동성 위해 35년 우정 신한지주 매각 재일동포 회사로 신한은행 설립 때 출자…최근 3년간 60만주 매도
김일권 기자공개 2017-04-14 08:31:09
이 기사는 2017년 04월 13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일전기가 경영 악화에 따라 35년 투자를 한 신한지주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3년간 신한지주 주식 약 60만주를 매도했다. 신한지주 주식 매매로 거둔 수익은 300억 원이 넘는다.한일전기는 재일동포 고 김상호 회장이 세운 호남정공의 자회사로 신한은행 설립 당시 자본을 출자한 재일동포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13일 한일전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는 신한금융지주 주식 33만 8622주를 매도해 102억 5028만 원의 처분이익을 얻었다. 영업외수익으로 잡힌 이 금액을 더해 회사는 93억 724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지주 주식 처분이익이 없었다면 당기순이익 적자가 불가피했다.
한일전기는 2014년과 2015년에도 신한지주 주식을 팔았다. 2014년에는 15만 주를 팔아 62억 8393만 원의 처분이익을 남겼다. 당시엔 81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45만 주를 팔아 157억 9427만 원에 달하는 처분이익을 남겨 당기순이익 38억 8870만 원으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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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기는 2015년과 지난해엔 신한지주 주식 일부를 되사들였다. 2015년에는 다시 약 20만 주, 지난해엔 약 15만 주를 다시 매수해 3년간 순매도 59만8292주를 보였다. 이 기간 동안 신한지주 주식을 처분해 거둔 처분이익의 합은 323억 2848만 원에 달했다.
한일전기가 신한지주 지분을 일부 매각했어도 지난해말 기준으로 보유한 신한지주 주식은 공정가치 기준으로 628억 원 규모, 약 138만9000주 규모다.
한일전기가 신한지주 주식을 판 것은 유동성 확보 때문이다. 한일전기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적 악화에 따라 최근 차입금 규모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2013년 140억 원에 불과했던 차입금은 2015년 289억 원으로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신한지주 주식을 팔기로 한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한일전기는 재일동포인 고(故) 김상호 회장이 설립한 호남정공이 6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982년 재일동포를 주축으로 신한은행이 설립될 당시 한일전기도 출자를 했던 재일동포기업이다.
한일전기는 신한은행이 신한금융지주 주식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 한일전기에 있어서 신한지주 주식은 단순한 증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일전기는 유동성 위기 탓에 신한지주 지분을 매도했으나 조금이라도 되사려는 노력을 한 것이 그 방증이다.
다행히 한일전기는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일전기는 재무 개선을 위해 공장 통합, 인력 구조조정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특히 최근 수년간 매년 50명에 가까운 인원이 빠져나가면서 연간 30억~40억 원에 달하는 인건비 감축 효과가 있었다.
또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가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어간 것도 흑자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다. 몇 년 전부터 중국산 저가 펌프 제품이 국내 시장에 쏟아지면서 매출의 70%에 달하는 펌프 판매가 부진했던 것을 극복하기 위해 한일전기는 고층 아파트용 펌프 등 고가 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한지주 주식을 판 것은 그동안 경영 실적 악화에 따른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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