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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인수' 지른 KB증권, 보상 화끈한 두산엔진 [IB 수수료 점검]두산엔진 담보부사채 KB증권 올인…수수료 60bp, 유상증자보다 많아

이길용 기자공개 2017-04-28 07:36:00

이 기사는 2017년 04월 26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두산엔진 담보부사채에 과감히 베팅했다. 신용도가 저하된 두산엔진에 다른 증권사들은 손사래를 쳤지만 KB증권은 담보가치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고 1300억 원에 대한 총액인수를 제안했다. 자금 조달에 목말라 있던 두산엔진은 KB증권에 기존 회사채 딜보다 2배 이상 많은 보상을 약속하면서 유상증자급의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두산엔진은 2년물 13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공모와 사모로 나눠 각각 900억 원과 400억 원을 조달한다. 신용도 저하로 조달이 어려웠던 두산엔진은 창원공장의 토지·건물·기계장치 일체를 담보로 제공했다. 담보물의 감정가는 3800억 원으로 책정됐다. 발행 규모의 약 3배인 담보를 제공하면서 이번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두산엔진 등급보다 한 노치 높은 A-(부정적)으로 평정받았다.

이번 딜은 KB증권이 단독으로 주관한다. KB증권은 이번 딜을 준비하면서 두산엔진에게 총액 인수를 과감하게 제안했다. 다른 증권사들은 두산엔진의 신용 이슈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지만 KB증권은 달랐다.

두산엔진은 전방산업인 조선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매년 실적이 저하됐다. 2014~2015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가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87억 원에 불과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차입금 3116억 원에 비하면 현금창출력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2015년 A0 등급이었던 두산엔진의 크레딧은 BBB+(부정적)까지 조정됐다.

두산엔진 자체의 신용도도 문제지만 그룹 전반의 이슈도 기관투자가들에게는 부담이다.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차입금이 많은 상황에서 실적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계열사들간에 신용 위험 전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두산공작기계 매각, 두산밥캣 기업공개(IPO)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업계 전반에 걸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KB증권은 이번 딜에 제공된 담보물의 가치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고 과감하게 지를 수 있었다. 공장이라는 매물 자체가 담보 매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발행 규모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담보로 제공해 환금성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다.

4000억 원에 달하는 두산밥캣 지분가치도 매력적이다. 두산밥캣이 지난해 11월 상장되면서 두산엔진은 언제라도 두산밥캣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두산밥캣 지분가치만으로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차입금 전액을 상환하고 남을 정도다.

두산밥캣 모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지분으로 산업은행을 통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활용 가능성이 제한적이지만 두산엔진은 두산밥캣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법적인 구속력으로 사용이 제한된 사항이 전혀 없다. 다만 지난해 말 두산밥캣이 상장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보호예수를 1년 동안 설정했기 때문에 올해 11월까지 매각이 불가능하다.

KB증권의 과감한 행보에 두산엔진은 수수료로 보답했다. KB증권이 이번 딜을 통해 받는 수수료는 60bp다. 30bp를 받는 회사채 딜도 실종된 상황에서 60bp는 파격적인 수수료라는 분석이다. 부채자본시장(DCM) 딜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를 받는 주식자본시장(ECM) 딜의 수수료보다도 많다. 올해 45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상증자로 조달한 대한항공이 주관사와 인수단에게 지급한 기본 수수료는 45bp에 불과하다. KB증권은 담보부사채 딜 한 건으로 유상증자보다 많은 수수료를 받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자금 사정 때문에 어려운 딜들을 많이 하다보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에 대한 보상이 후한 편이다"라며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한 딜을 가져온 증권사에게 화끈한 보상을 제공했다는 점은 시장에 긍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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