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시험대' 오른 유암코, 1분기 실적 '낙제점' 영업수익 악화…구조조정 부문 확대 절실
김장환 기자공개 2017-05-23 09:55:00
이 기사는 2017년 05월 22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역할론이 재조명 되고 있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올 1분기 낙제점에 가까운 손익을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부문을 전폭적으로 밀어주지 않는 이상 이 같은 흐름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해결책 마련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유암코가 최근 발표한 2017년 1분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개별기준 영업수익(매출) 878억 원, 영업이익 13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1%, 76.2% 감소한 수준이다. 순이익은 96억 원에 그쳐 같은 기간 77.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외형 감소로 수익성 역시 자연스럽게 약화된 모양새다.
영업수익 축소를 부른 가장 큰 원인은 종속기업 투자평가와 처분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탓이다.
우선 유암코는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 부실채권(NPL)을 인수해 추심을 거쳐 수익을 불리는 전통적인 사업부문 외에 부실기업 인수 후 정상화시켜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구조조정'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수익의 절반 가까운 수준이 구조조정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조조정 사업 부문을 살펴보면 유암코가 50% 지분을 넘겨 직접 자회사로 들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나머지 상당수를 자산유동화증권 특수목적법인(SPC)이나 사모투자펀드(PEF) 등을 통해 투자하고 있다. 해당 부문의 투자 영업수익은 '비연결종속기업투자평가 및 처분이익' 항목으로 세부 손익 지표에 계상된다.
유암코가 올 1분기 관련 부문에서 거둬들인 영업수익은 57억 원이다. 전년 동기만 해도 466억 원에 달했던 항목이지만 1년 만에 410억 원 가깝게 줄었다. 이외에 투자사채 평가이익은 48억 원으로 같은 기간 127억 원 가량 줄었다. 배당금수익(120억 원)과 수수료수익(72억 원) 등도 같은 기간 감소하면서 영업수익 약화를 부른 원인이 됐다.
투자사채 영업수익 악화는 사실 1회성 요인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유암코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기업회계 제1109호 '금융상품' 기준을 지난해 조기 도입했다.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건별 수익으로 집계해야했던 투자사채를 덕분에 공정가치로 측정·평가하고 개별재무제표에만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유암코에 따르면 이에 따라 2016년 1분기에는 일시적 수익 확대 효과가 나타났다. 관련 투자 자산들의 수익을 이전과 다른 기준으로 개별재무제표 손익 계산서에 환입시킬 수 있었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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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를 고려해도 올 1분기 손익이 예년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2015년 동기 유암코가 거둬들인 매출은 1075억 원에 달했고 영업이익 481억 원, 순이익 419억 원을 기록했다. 일회성 요인이 없었던 해당 시점 손익과 올해 손익을 비교해보면 수익성이 크게 약화됐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유암코의 수익성 약화는 NPL 투자 사업에서 치열해진 경쟁 구도를 빼놓을 수 없다. 유암코의 설립 근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면서 중소형 건설 및 조선사 등 국내 산업 전반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번지자 이에 대한 해소 목적이 컸다. 신한·국민·KEB하나·기업·우리·농협은행 등은 이를 위해 2009년 10월 유암코를 설립하고 대규모 NPL을 이곳으로 넘겼다. 이처럼 손쉽게 확보한 NPL로 수익을 쉽게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NPL 시장 경쟁이 가열되면서 유암코의 수익성도 흔들리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금융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비교적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투자처로 NPL 시장이 각광받으면서 저축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대거 NPL 확보를 위한 경쟁입찰에 뛰어들었다. 시장 환경이 이전처럼 '저가'에 NPL을 떼어갈 수 없게 변한데다 확보할 수 있는 NPL의 절대량도 축소되면서 유암코의 위기감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유암코는 기업 구조조정 시장을 유일한 돌파구로 보고 서둘러 체제 전환에 돌입했다. 유암코는 금융위원회의 허가로 지난해 '투자기업' 지위를 확보하며 NPL 투자 한시기업에서 영구법인으로 전환을 완료했다. 여기에는 정부 중심의 산업 구조조정 역할을 민간 중심으로 바꾸고, 그 중심에 유암코를 두겠다는 금융당국의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정작 정권 교체로 이 같은 금융당국의 밑그림이 완성될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해졌다. 유암코가 민간 중심의 구조조정 전담하는 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산업은행이 들고 있던 펀드를 지난해 대거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금융당국의 조율이 있었던 덕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 구조조정 역할을 민간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시장 경제 논리에 맡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장점과 동시에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 정권에서 이 같은 판단이 새로운 정부에서 맥을 이어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에서 유암코의 역할도) 어떤 결과물이 될지는 불확실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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