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포모사본드, 한국물 대안 시장으로 '우뚝' 유동성 풍부, 해외 주문도 가능…금리 수준도 만족, 발행사들 관심
이길용 기자공개 2017-06-01 08:41:19
이 기사는 2017년 05월 30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은행이 최근 대만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조달에 성공하면서 한국물 발행사들이 포모사본드에 주목하고 있다. 대만의 유동성이 풍부하고 해외에서도 주문을 받을 수 있어 유로본드(RegS), 글로벌본드(RegS/144a) 시장과 비교해도 주문량이 적지 않다. 게다가 한국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금리도 낮은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물의 대체 시장으로 떠오른 포모사본드에 발행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국민은행은 지난 26일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포모사본드 발행을 선언(announce)하고 투자자 모집에 돌입했다. 5년물 변동금리부채권(FRN) 단일 트랜치(tranche)로 딜을 진행했다. 이니셜 가이던스(최초 제시 금리)는 3개월 리보(3M Libor)에 95~98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당초 3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주문이 몰리면서 발행 규모를 4억 달러로 늘렸다. 총 58개 기관이 11억 달러가 넘는 주문을 넣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문량이 넘치다 보니 하단인 95bp로 금리를 결정했다.
국민은행은 북빌딩(수요예측) 과정에서 아시아 수요가 예상 외로 넘치다 보니 유럽 지역의 주문은 아예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포모사본드 시장 관행상 대만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해줘야 하는데 유럽의 수요까지 받게 될 경우 주문을 넣은 대만 투자자들에게 배정할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서 주문을 마감했다. 대만과 한국 투자자들은 각각 56%와 15%를 배정받았고 나머지는 말레이시아·중국 등 아시아 투자자들이 가져갔다.
포모사본드 시장에서 국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미국 달러화를 조달했다는 역사적인 의미 외에도 대만 포모사본드 시장이 한국물의 대체 시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도 외환보유고가 많을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대만의 외환보유액은 4426억 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3658억 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대만과 싱가포르 시장에 채권을 동시 상장 하게 될 경우 유로본드(RegS) 방식으로 발행이 가능해 대만 역외 아시아와 유럽 투자자들로부터 주문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투자자들을 모집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면서 포모사본드 시장에서 한국물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무디스가 지난 24일 중국의 신용등급을 Aa3(부정적)에서 A1(안정적)으로 내리면서 신용도가 저하 추세인 중국물에 대한 투자는 대만 시장에서도 어려워졌다. 아시아에서 국제 신용등급 상으로는 최고인 한국물의 몸값이 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물에 대한 인기가 포모사본드 시장에서 치솟다보니 투자자들도 주문 금리를 공격적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미국 달러화 포모사본드를 발행했는데 2021년 만기가 도래하는 두 채권의 세컨더리(유통금리) 수준은 각각 리보 기준으로 95bp와 100bp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직전에 3억 5000만 달러를 유로본드로 조달한 수자원공사의 세컨더리는 97bp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 신용등급을 적용받지 않는 국민은행이 3개월 리보에 95bp로 금리를 결정하면서 가격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딜이 됐다. 30일 기준 국민은행의 포모사본드 세컨더리는 88bp까지 떨어져 투자자들도 이익을 함께 향유했다.
포모사본드를 주관할 수 있는 외국계 증권사는 제한적이다. 대만 시장에서 라이선스를 모두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주관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국민은행 딜을 주관했던 스탠다드차타드와 크레디아그리콜, 도이치증권, BNP파리바, HSBC 등 유럽계 하우스 중 일부만 포모사본드 발행을 주선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모사본드는 2억~3억 달러 정도만 소규모로 조달하는 시장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며 "이번에 글로벌본드 시장 수준만큼 국민은행이 주문을 모으고 금리를 낮게 결정하면서 한국물 발행사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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