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파·DSC, 첫 글로벌 클럽딜 성공 해법은? '엘록스' 합병가치·VC 투자 유동성 '극대화' 전략 유효
김세연 기자공개 2017-07-10 11:32:51
이 기사는 2017년 07월 05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와 DSC인베스트먼트(DSC)가 최근 추진한 엘록스(Eloxx) 투자에 대한 벤처캐피탈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글로벌 공동 투자 전반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향후 해외투자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에서다.국내 벤처캐피탈의 해외 투자는 대부분 해외 기관투자자의 투자에 재무적 투자자로 일정지분을 인수하는데 그쳐왔다. 투자 전반에서 본연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단순 투자 차익만 기대한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바이오기업 엘록스의 시리즈 C 투자에서 한투파와 DSC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접근에 나섰다. 해외 투자자와 상장을 통한 회수 전략을 주도적으로 제시하는 등 투자 전반에 적극 참여했다. 최초 투자 기업 발굴 이후 전 과정에서 국내 벤처캐피탈이 주도적인 투자 주체로 활용한 첫 번째 사례다.
엘록스(Eloxx)는 2013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현재 1800여 개 희귀 난치성 질환관련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엘록스는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학(Technion Israel Institute of Technology)으로부터 핵심 기술을 라이선스받아 설립됐다.
독자적인 희귀병치료플랫폼(TRID) 기술을 기반으로 유전 질환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희귀질병 치료제 개발에 주력한 엘록스는 이미 임상 추진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확보한 다양한 치료제 후보군을 보유중이다. 설립 직후 글로벌 제약사 로쉬의 시드투자를 받았던 엘록스는 이스라엘 주요 벤처캐피탈인 폰티팍스(Phontifax)로부터 시리즈 A와 B투자에 잇따라 성공하며 주요 치료제(ELX-02)의 임상 1a를 마무리했다.
엘록스는 나스닥 상장사 세비온과 합병 통해 이르면 다음달 나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한다. 임상 2상 추진과 희귀의약품 지정 등을 준비함에 앞서 상장기업으로서의 변신에 나선 것이다. 미국 샌디에고에 위치한 세비온은 치료용 항체 연구 및 개발 업체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치료제 연구와 개발 과정에서 보다 효율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은 일반 신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비에도 높은 판매단가를 얻을 수 있어 수익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한정된 타깃 대상을 목표로 개발이 추진됨에 따라 기존 신약개발보다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임상 3상 추진이전 라이선스 아웃도 가능한 셈이다.
오는 2020년 1760억 달러 규모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희귀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0.5%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 제약 시장 성장률이 5% 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최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선 바이오벤처의 인수·합병에 나서는 등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와 함께 총 300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에 나선 한투파와 DSC는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역량을 보여온 엘록스의 성장 가치를 합병으로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투자자들에겐 엘록스를 빠른 시점에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켜 유동성을 높였다. 합병전·후 엘록스와 세비온에 대한 개별 투자구조로 투자 밸류에이션 부담은 줄인 대신 수익은 극대화시켰다. 엘록스 역시 우회상장에 앞서 안정적 재무구조 기반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됐다. 투자자와 피투자기업 모두의 시너지가 강조된 것이다.
한투파와 DSC 관계자는 "엘록스는 이미 다수의 글로벌제약사들로부터의 투자제안을 거절할 만큼 자체적 성장 역량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투자 제안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투자 과정에서 리딩그룹의 주요한 인수합병 역량과 전략을 기반으로 회사와 투자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구조를 고려한 것이 성공적 투자로 이어진 배경"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국내 벤처캐피탈의 해외 투자는 투자 구조 전반에 대한 참여가 제한돼 단순 투자에 그칠 뿐이었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동 투자를 주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투자 기업 발굴과 투자 시점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국내 기관투자자의 경쟁력을 각인시키는 계기"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다양한 투자처 발굴과 구조 마련 과정에 한국 벤처캐피탈 업계 전반의 의미있는 레퍼런스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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