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06일 08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공기관이 받는 외부감사는 숙명과도 같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살림을 하다 보니 경영의 투명성은 늘 검증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엄격한 내규를 기반으로 강력한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상위 기관이나 감사원, 국회 등에서 정기 또는 수시 감사를 받는다.예산의 수입과 지출을 보는 회계검사와 임직원의 비위 등을 적발하는 직무 감찰이 기본이다. 자체 감사실(팀)이건, 외부 감찰인이건 중요하지 않다. 감사를 받는 입장에 처하면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사실 관계를 증명하는 각종 증빙서류를 완벽히 준비해야 오해를 막을 수 있다. 시시콜콜한 영수증 하나라도 놓쳐선 안된다. 예산을 지출하는 사업은 공정하게 입찰을 진행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밟았다는 사실을 늘 증명해야 한다.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피곤할 수 밖에 없다. 감사라는 말만 들어도 노이로제 현상을 보이는 곳이 대다수일 정도다. 일상적인 업무를 보면서도 항상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거나 비효율적인 서류작업에 나서기도 한다.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이 같은 외부 감사를 매년 두 번 이상 받는다. 기타공공기관으로서 국회 국정감사의 대상이다. 정부 정책자금을 직접 운용·관리하다 보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쓴 소리가 나오기 일쑤다. 일자리 창출, 창업·벤처기업 육성 등 정책목적 달성의 성과를 숫자로 제시해야 하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다. 한국벤처투자는 감사원 감사를 받는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모태펀드의 출자자로 참여하는 10개의 정부기관 가운데 하나라도 감사 대상으로 지정되면 자연스럽게 한국벤처투자도 감사를 받아야 한다. 만일 감사 대상에 두 곳이 포함된다면 한국벤처투자도 두 차례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이어 올해 중소기업청이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되자 한국벤처투자도 연달아 감사를 받았다. 2015년에는 농식품모태펀드와 함께 모태펀드 전반적인 운용실태를 점검받기도 했다.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이 2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감사가 겹치기라도 하면 연간 받는 외부감사 숫자는 더 늘어난다. 작년에는 세 차례나 감사를 받았다.
물론 외부 감사의 성격과 목적은 다르다. 한국벤처투자의 경영을 살피는 감사가 있는가 하면 모태펀드의 운영실태를 점검하는 감사도 있다. 정부의 막대한 예산을 직접 다루는 공공기관으로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출자기관을 감사하면서 2조 5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모태펀드를 살펴보지 않는 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벤처투자가 받는 감사의 빈도가 너무 잦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임직원들이 감사를 준비하고 응대하는 시간만 한 달 가량이 될 정도니 "감사 받느라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회계검사와 직무감찰 등은 철저하게 받지만 업무의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외부 감사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라리 감사원의 모태펀드 감사를 정례화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너무 잦은 감사를 공공기관의 숙명으로 넘기기에는 한국벤처투자의 스트레스가 너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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