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미청구공사 잔액 급증 배경은 수리온서 부품 결함 발생, 2·3차 양산 중단 '작업 재개' 불투명
심희진 기자공개 2017-08-11 08:26:10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9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미청구공사 잔액이 최근 4년 동안 5배가량 늘어났다. 육군 병력 수송을 위한 기동헬기인 수리온(KUH)을 양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품 결함 등이 자금 흐름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KAI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85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1600억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미청구공사는 발주처로부터 거래 대금을 받지 못했으나 매출에는 이미 반영된 미수채권을 일컫는다. 매출채권보다 회수 기간이 길고 수령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일반적으로 계약 시 예정 원가율을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가 공정 돌입 후 예상보다 원가가 오를 경우 그 초과분이 미청구공사액으로 계상된다.
과도한 미청구공사액은 어닝쇼크 원인으로 꼽힌다. 수주를 따낸 업체가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프로젝트의 매출 원가를 조정할 경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KAI는 방위산업 특성상 정부기관을 판매처로 확보하고 있고 대부분 계약이 장기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대형 프로젝트에서 부품 결함이 발생한 데다 미청구공사 잔액이 단기간 내 급증하면서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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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까지만 해도 KAI의 미청구공사액은 3000억 원대 수준이었다. 이후 2013년 2400억 원, 2014년 1770억 원으로 줄곧 감소했다. 하지만 2015년에 4850억 원으로 3배가량 증가하더니 2016년 6900억 원까지 늘었다. 지난 3월 말에는 8500억 원을 넘어섰다.
미청구공사액이 급증한 데에는 수리온(KUH) 2차 양산 작업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분기 수리온 2차 양산 작업에서 발생한 미청구공사액은 4524억 원이다. 전체 미청구공사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한다. 지난해 말 추가로 계약한 3차 양산까지 합하면 수리온에서만 5500억 원가량의 미청구공사액이 발생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KAI의 미청구공사액은 2014년 수리온 납품 개시 이후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6년 방위사업청은 KAI에 육군 병력 수송을 위한 기동헬기인 수리온 개발 작업을 맡겼다. 2012년까지 수리온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1조 3000억 원가량이다. KAI가 개발한 수리온은 2012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고 그 해 실전 배치됐다.
KAI는 2013년 12월 방위사업청과 수리온 2차 양산 계약을 맺었다. 오는 12월까지 4년간 약 60여 대를 납품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리온이 결빙 성능과 낙뢰보호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데다 엔진 형식인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산 작업이 중단됐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 동체에 균열이 생겨서 현재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수리온에 대한 안전성 조사 등이 끝나야 납품을 재개할 수 있는데 현재 모든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보니 미청구공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전투기(KF-X) 체계개발, 고등훈련기 수리부속(T-50 PBL) 2차 양산 작업 등도 3개월 새 미청구공사액이 늘었다. 지난 1분기 △KF-X 체계개발은 684억 원 증가한 2149억 원 △상륙기동헬기는 185억 원 늘어난 557억 원 △T-50 PBL 2차 양산은 30억 원 증가한 34억 원 △F-15SA는 14억 원 늘어난 69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외에 작년 말까지만 해도 대금 수령이 원활히 이뤄졌던 프로젝트들이 올 들어 미청구공사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경우도 있다. △T-50 수출 548억 원 △소형무장헬기(LAH) 체계개발 37억 원 △이라크 공군 기지건설 59억이 대표적이다.
최근 수리온의 안전성 문제가 방위산업 비리로 번져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미청구공사액이 줄어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수리온 양산 작업의 재개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꽤 소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KAI가 지난해 말 방위사업청과 수리온 3차 양산 계약을 맺은 것도 부담이다. 3차 양산의 경우 작업에 돌입한 지 3개월 만에 920억 원의 미청구공사액이 발생했다. 공정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양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청구공사액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2차 양산 작업의 공정률이 지난 3월 말 기준 96.21%에 달한다는 점도 악재다. 공정률이 100%에 도달한 상황에서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았을 경우 미청구공사액은 손실로 전환된다.
KAI 관계자는 "공사대금을 매월 정산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시기와 공정률에 따라 미청구공사액이 달라질 수 있다"며 "군수물품은 연구개발이 장기간 진행되는데 매출로 반영했던 공사비가 특정 시점에 입금이 되면 미청구공사액은 확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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