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06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민영화 이후 수익성이나 주가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는데…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사임)결정이 아쉬울 뿐입니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전직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음성은 담담하면서도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 행장은 지난 2일 전격 사임의사를 표명했다.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하면서 우리은행의 성장을 이끌어왔음에도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융권에 대한 사정(司正) 바람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 제기 직후 이 행장은 관련 임원 등 3명을 직위 해제하고 특별검사팀을 꾸리는 등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지난달 29일 우리은행 자체감사 중간보고서를 검찰에 통보하고 금융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착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압박감을 느낀 이 행장이 사임이라는 용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데미지가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행장은 사임의사를 밝힌 직후 열린 긴급 이사회간담회에서 왜 사의를 표명했냐는 사외이사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사실 이 행장은 지난 2014년 12월30일 우리은행의 수장을 맡으면서 적지 않은 업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 차례 실패했던 민영화 성공을 위해 현장에서 가장 힘썼다. 이 행장은 민영화 달성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우며 통상 3년 부여되는 임기를 스스로 1년 줄일 만큼 각오를 다잡고 경영을 맡았다. 부실여신 정리를 통해 자산건전성을 개선했고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켰다.
또 올해 초 연임을 확정한 이후 중장기 성장 전략을 세우고 지주사 전환 등을 추진해 왔다. 민영화 후 첫 행장이라는 점에서 단기 성과에 치중할 수 있었음에도 우리은행의 성장에 방점을 두고 조직을 이끌었다. 그래서 이 행장의 용단은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금융권 일각에선 겉으로는 채용비리로 물러난 것이지만 이면에는 전 정권 사람으로 분류돼온 이 행장을 쳐내고 정권의 입맛에 맞춘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한 것이란 음모론도 만만찮다.
때문에 이 행장의 용단이 빛 바래지 않으려면 우리은행 이사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은행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를 뽑는 것이 평생 몸담았던 은행을 떠나는 이 행장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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