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2월 20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과감히 도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측근들은 그를 '몽상가'라고 말한다.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을 꿈꾸고 상상하는 모습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한다.#어떤 기업문화를 만들고 싶었느냐라는 질문에 '삼성보다 더 삼성같은 조직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대답한다. 그는 결단력 있고 뚝심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리틀 이병철'로 불리는 걸 좋아한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이야기다. 그는 약점이 많은 사람이다. 남들처럼 건강하지도 않고 여느 재계 총수처럼 화려하게 기업을 상속받지도 못했다. 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이후 4년간 공식석상에서 사라져야 했고, 지금은 17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 관련 추징금 반환소송도 진행중이다.
2017년 5월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 온리원 컨퍼런스' 행사장. 이재현 회장은 지팡이를 짚고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단상에 올라섰다. 그는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경영복귀를 선언했다.
경영복귀 후 첫 투자처는 그룹의 모체 CJ제일제당이고, 해답은 해외에서 찾았다. 6월 브라질 곡물 사료 원료 업체 셀렉타(3600억원) 인수를 발표한 것. 진천에 5400억원을 투자해 식품 통합생산기지 구축도 결정했다. 10월에는 국내 최초 PGA투어 정규대회인 'THE CJ CUP@NINE BRIDGES'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11월에는 비전 달성을 위해 세대교체라는 틀 속에서 임원인사도 단행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월12일에는 파격적으로 CJ그룹 사내방송에 깜짝 등장했다. 경영 복귀 이후 전체 임직원과의 소통 창구로 사내방송을 택하며 그룹의 경영 정상화와 향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재현 회장은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된 '제일제당'을 물려받았다. 그는 설탕 제조 회사를 물려받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꿈꾸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스토리 산업'이 향후 기업의 먹거리를 책임질거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식품회사에서 문화기업으로 성장해 갈 것임을 암시한 대목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산업의 미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히 뜬구름 잡는다며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비전은 시간이 갈 수록 현실화 됐다. 이제는 그가 말한 스토리 산업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식품기업인 제일제당에서 출발해 CJ E&M, CJ CGV 등을 설립해 키우고 CJ오쇼핑, CJ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면서 이재현의 퍼즐이 완성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은 '스토리 산업'이라는 장기 비전과 함께 이를 구체화 시킬 수 있는 '그레이트 CJ(2020년 매출 100조)'와 '월드베스트 CJ(2030년 3개 이상 사업분야에서 세계 1위)'라는 중단기 비전을 통해 젊은 CJ맨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오랜 경영공백으로 중단기 비전의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걸어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맞다는데 많은 CJ맨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상품과 제품은 시간이 흘러 후발주자에 따라잡힐 수 있지만 고유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는 시간이 갈수록 부가가치가 상승한다는 그의 지론은 최근 들어 '세계인의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됐다.
비전이 단순 선언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용병술도 갖췄다. '사람이 중요하고, 일하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이 회장의 철학은 개방성과 포용성으로 무장됐다. 실력 있는 인재를 발굴, 적극 기용하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고 순혈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대다수 대기업들과 차별화 되는 대목이다.
이재현 회장의 세계를 향한 도전은 지금부터다. 몽상가로 남을지 아니면 CJ그룹을 만들어낸 또 한명이 위대한 창업가로 남을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슈퍼 그뤠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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