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공정위 타깃된 이유는 2015년 내부일감 7.1%p 급증…외부매출 90% 웃도는 에뛰드와 정반대
노아름 기자공개 2018-02-27 08:22:57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6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부당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 직권조사 대상 중 하나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니스프리를 꼽은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모인다. 연간 관계사 내부일감이 9%를 밑도는 에뛰드와 달리 이니스프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에 육박한 점이 공정위로 하여금 이니스프리를 세밀하게 들여보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 이외에 6곳의 계열사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퍼시픽패키지, ㈜퍼시픽글라스, ㈜에스트라, ㈜코스비전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퍼시픽패키지, ㈜퍼시픽글라스, ㈜에스트라, ㈜코스비전은 지주사의 100% 자회사이지만 ㈜이니스프리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민정 씨가 주요 주주로 올라있는 관계사다.
재계에서는 ㈜이니스프리(18.18%) 못지 않게 ㈜에뛰드(19.52%)와 ㈜에스쁘아(19.52%)에 대한 민정 씨의 보유 지분율이 상당함에도 이번 직권조사 대상에 ㈜이니스프리만 올라있는 배경에 궁금증을 표한다.
비상장사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원칙적으로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금지규제 대상이 아니다.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거래 비중이 12%가 넘는 곳이 규제 대상이다. 해당 법인에 대한 서 회장의 지분은 없으며 민정 씨의 지분율은 20%에 못 미친다.
다만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부당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 금지규제 대상에는 속한다. 공정거래법은 △정상가격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회사를 매개로 거래(소위 '통행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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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이니스프리가 지배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종속사 및 관계사, 기타 특수관계자를 통해 거둬들인 내부일감 비중이 2015년 이후 급증한 점을 감안해 ㈜이니스프리가 통행세 등의 명목으로 사세를 키워왔는지 여부를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이니스프리는 특수관계자를 통해 거둬들인 매출비중이 2015년 전년대비 7.1%포인트 늘었다.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양사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울타리 밖에서 매출의 95% 이상을 창출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사에 대한 매출의존도는 2011년 ㈜이니스프리(2.8%), ㈜에뛰드(1.2%)로 극히 적었다.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민정 씨에 대한 서 회장의 지분증여가 이뤄진 2012년 이후다. ㈜에뛰드는 이후 계열 의존도를 완만하게 증가시켜온 반면 ㈜이니스프리는 국내외 관계사로부터 가져오는 일감물량을 늘려갔다.
2016년 연간 내부거래 비중이 8.7%에 불과한 ㈜에뛰드와 달리 ㈜이니스프리는 19.5%로 20%에 육박한다. 2016년 ㈜에뛰드는 276억원의 매출을 특수관계자를 통해 냈고 같은 기간 ㈜이니스프리는 1495억원의 매출을 내부시장에서 창출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중점적으로 육성 중인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설화수·라네즈·마몽드·에뛰드·이니스프리)에 포함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양사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해외법인과의 거래 증가 △개별브랜드의 대중화 차이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수년간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해외법인과의 매출거래를 활발하게 늘려왔다.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K-뷰티 선호도가 높은 아시아권 국가에서 일감을 늘렸다.
2016년 ㈜이니스프리는 특수관계자로부터 창출한 매출의 94.8%를 해외법인에서 냈으며 나머지 5.5%는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등에서 거둬들였다. ㈜이니스프리는 2013년부터 해외법인과의 거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에뛰드는 2016년 특수관계자로부터 창출한 매출 중 88.5%, 11.5%를 각각 해외와 국내 관계사로부터 기록했다. ㈜에뛰드는 2012년 이후 해외법인 일감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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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니스프리가 확고한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의 발길을 끌었다는 점을 간과하긴 어렵다. 자연주의 콘셉트로 소비자 연령층에 큰 제한이 없는 이니스프리에 비해 에뛰드는 젊은 연령대에 타겟팅해 소비자가 한정적이다. 특유의 프린세스 콘셉트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도 있어 대중화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니스프리는 자연친화적 이미지와 녹차밭 마케팅, 가성비 높은 기초제품 등으로 로드숍 강자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에뛰드는 소녀감성을 자극한 분홍색 중심의 매장 인테리어, 귀엽고 발랄한 콘셉트의 제품 디자인 등을 내세워 10~20대를 타겟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중성이 낮은 에뛰드는 부진상권에 자리한 할인점을 중심으로 매장 구조조정을 진행해와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이니스프리는 국내 영업망을 넓히는 등 확장전략을 폈다. 개별 브랜드숍 법인에는 국내 실적만 집계되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의 해외 매출은 개별법인에 합산되지 않고 그룹사 전체로 집계된다.
한편 이들 2개 브랜드는 콘셉트 차별화에 두각을 나타냈다는 특징 이외에도 오너 3세이자 서 회장의 장녀인 민정 씨가 주요 주주에 올라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민정 씨는 2006년 지주사 전환 당시 서 회장으로부터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20만1488주를 증여받았으며, 이중 일부는 2016년 발행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해 보통주로 강제전환됐다. 2012년에는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지분을 증여받았다. 당시 물려받은 ㈜이니스프리 보통주 4만4450주(18.18%), ㈜에뛰드 보통주 18만1580주(19.52%)가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다. 색조전문 브랜드 ㈜에스쁘아는 2015년 ㈜에뛰드로부터 인적분할돼 민정 씨는 ㈜에스쁘아(19.52%)의 지분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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