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23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파트는 투자 상품입니다"은행 프라이빗뱅커(PB)의 이야기다. 의식주라는 인간의 기본권 관점에서 보면 발칙한 주장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택한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에 절반은 맞는 말이다.
특정 지역과 동·호수에 대한 가격은 공정가치로 책정돼 있어 사고 팔때 흥정의 여지 조차 별로 없다. 이를 통해 얼마나 돈을 빌릴 수 있을지에 대한 정확한 가늠도 가능하다. 게다가 아파트 가격은 지수(INDEX)화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파생상품도 만들 수 있다. 토지와 건물 등과 달리 환금성이 매우 뛰어난 아파트는 거래 리스크가 있는 웬만한 장외 금융상품보다 낫다. 아파트는 좋은 투자 대상이라는 PB의 말에 일리가 있다.
하지만 투자 대상으로만 보기에는 찜찜하다. 아파트는 거주에 대한 인간의 기본권이 구체화된 물리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투기 혹은 불로소득이라는 오명으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정치 지형에 따라 아파트 투자자는 지탄의 대상을 넘어 범법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PB의 말처럼 투자 측면에서 아파트를 철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개인들의 자산 증식을 위한 측면에서도, 그리고 과도한 투기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접근도 그래야 한다. 모두의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아파트는 투자 대상이다'는 전제에서부터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이윤 추구의 대상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 공간이어야 한다'는 당위론은 이상일 뿐이다.
과연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거주 목적만을 염두에 두고 아파트 구매를 결정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예산 그리고 직장과의 거리, 자녀 교육 등 생활에 최적화된 지역에 아파트를 사려고 하겠지만 장담컨대 그 목적이 다는 아니다. '내가 산 아파트 가격이 좀 올라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은 자본의 역사이자 인류의 역사다. 현대에 와서도 자본주의를 택한 국가, 심지어 공산주의를 선택한 중국에서도 부동산을 통한 이익 극대화는 현실이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간과하는 사람도 그리고 자본도 없다. 아파트는 정형화된 거래 시스템이 안착돼 있어 부동산 중 가장 쉽게 돈이 몰리는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 투기꾼이라며 여론과 감성으로 호소하는 부동산 정책이 먹힐 수 있을까. 이익이 보이는데 투자를 하지 말라는 건 아이들에게 사탕을 쥐어 주고 먹지말라는 것과 같다. 물론 항상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자본의 본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익의 기회(반대로 이는 손실 리스크일 수 있다)가 보이면 투자하는 것을 인정하되 이를 통해 증식된 자산에 대한 세금 등 사회적 기여를 고민하는 방향이 바람직해 보인다. 투자의 정도, 그에 따른 사회적 기여의 수준에 따라 아파트 투자의 손익분기점도 자동적으로 조절될 수 있다. 돈 벌 기회가 보여 뛰어든 주택 구매자들, 특히 다주택자들과 '싸우겠다'는 식의 접근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자본은 이익이 보이는 곳을 집요하고도 처절하게 파고든다. 그러다 갈 곳을 잃고 정체되면 생애를 마감한다. 그게 자본의 본질이요 운명이다.
정부가 토지공개념 규정을 헌법에 도입한다고 한다. 자본의 본성을,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거스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기에 논란이 예상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접근은 아닐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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