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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답 내놔라"…삼성, 공정위장 요구에 움직일까 '현실성 없다' 중론…구체적 대안 마련 함께 고민 지적도

김일문 기자공개 2018-05-21 07:19:0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8일 10: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요구대로 연말까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줄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2%를 매각하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재계와 시장에서는 정부가 삼성에 스스로 해결하라고 무작정 몰아세우기 보다는 구체적인 대안 혹은 가이드라인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 10대 기업 CEO와의 비공개 정책간담회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더라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1대주주 자리를 반납하는 선에서 지배구조 개편의 움직임을 보여줄 것을 삼성에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또 언론 인터뷰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2%를 삼성물산에 매각하면 된다"고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삼성이 화답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력이 없는데다 지분 이동에 따른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상조 위원장이 제안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2% 매각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현행 금융지주사법에 근거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1대주주에서 내려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반면에 금융지주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는 비금융회사를 지배해서는 안되지만 단순히 주식을 소유하는 것은 허용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김상조 위원장의 요구대로 금융지주사법 규제만 따라야 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전환이 불가한 마당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율을 낮춰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지주사 담당 애널리스트 역시 "지주사 규제를 받지 않는 삼성 입장에서는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할 이유가 전혀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가져온다 하더라도 따져봐야 할 사안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1대주주로 올라서면 강제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따른 돈(수익)을 유배당 보험가입자들에게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김상조 위원장의 말한마디에 다양한 이슈들이 잠재돼 있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매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온당한 행동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의 뜻대로 삼성이 움직인다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 당국의 수장이 교체되면 새로운 잣대와 기준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연말까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낮춰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여달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삼성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과거 비슷한 사례를 겪은 경험이 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에 따른 결과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삼성SDI의 삼성물산 보유 지분 가운데 절반 가량인 500만주를 매각하라고 권고했고, 삼성은 이를 이행했다.

하지만 작년 김상조 교수가 수장이 된 이후 올초 공정거래위원회는 예규를 바꿔 삼성SDI에 삼성물산 나머지 지분(404만주)까지 모두 팔라고 또다시 지시했고, 삼성SDI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했다. 규제 당국의 지침을 잘 따른 삼성 입장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을 표시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의 의지를 보이라며 삼성만 몰아세우기 보다는 정부 당국도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앞선 관계자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수많은 회사들이 얽혀있다"며 "연결고리 마다 이슈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보장없이 무작정 삼성의 자발적 개편만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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