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업구조개편 진단]농우바이오, 상토사업 '딜레마'농협 인수 후 영업적자 지속, M&A 통한 경쟁력 강화 추진
안경주 기자공개 2018-06-21 08:50:00
[편집자주]
농협이 신용·경제사업 분리, 즉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농협은 자산 58조원에 49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9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내역에 따르면 한화(61조원)보다는 작고 현대중공업(56조원)보다는 큰 규모다. 하지만 '2020년 농가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경쟁력 부족과 차입금 급증으로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농협은 조만간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농협 주요 계열사의 재무 및 사업구조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9일 15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우바이오가 상토사업 딜레마에 빠졌다. 매출 비중이 점차 늘고 있지만 영업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농협경제지주에 인수된 후 영업적자로 전환했고, 영업손실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실적 개선을 위해선 상품판매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상토업체간 판촉경쟁이 치열한데다 농협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농우바이오는 지난해(2017년 1월~12월) 매출액 1044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회계연도(2011년 10월~2012년 9월) 778억원에서 2013년 회계연도 816억원, 2014년 회계연도 893억원, 2015년 회계연도 968억원, 2016년(2016년 1월~12월) 1030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보여왔다. 농우바이오 매출 대부분은 종자 판매를 통해 발생한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80% 가량이 종자사업에서 나왔다. 농우바이오는 사업연도 종료일을 2015년10월부터 매년 9월30일에서 12월31일로 변경했다.
농우바이오는 1967년 설립된 국내 1위 채소 종자업체로 종자사업과 상토사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 인도, 미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터키 등 6개 해외법인을 운영 중이다. 2013년 8월 설립자인 고(故) 고희선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며 2014년 9월 농협경제지주 계열사로 편입됐다. 현재 농협경제지주의 보유 지분율은 57.91%다.
주력 사업부문은 종자사업이다. 고품질 채소 종자 분야에 있어 특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또 다양한 상토와 비료제품을 함께 공급함으로써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지원하는 상토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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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우바이오는 그간 종자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상토사업 매출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2012년 7% 가량이던 상토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 18% 수준으로 확대됐다. 특히 농협경제지주에 인수된 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종자사업 매출은 2014년 831억원에서 2017년 908억원으로 9.2% 증가한 반면 상토사업 매출은 같은 기간 61억원에서 136억원으로 121.9% 증가했다. 농협중앙회와의 계통판매 계약을 통해 벼 재배농가에 대한 매출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농우바이오 관계자는 "(상토사업은) 비주력 사업부문이지만 소비자 요구에 맞춰 지속적으로 매출을 늘려왔다"며 "최근 농가의 재배작형 다양화로 연중 매출이 발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상토사업 매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농우바이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영업 실적이 점차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토사업에서 수억원 규모에 불과하더라도 꾸준히 영업흑자를 달성해왔지만 농협에 인수된 후 적자 전환했다. 적자 규모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농우바이오는 상토사업에서 2015년 10월~12월 2억원 가량의 적자를 낸 후 2016년 10억원, 2017년 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1분기에만 1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폭이 커지는 추세다.
꾸준히 성장해 온 종자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종자사업 매출은 2016년 937억원에서 지난해 908억원으로 3.1%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45억원에서 132억원으로 8.7%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원예 및 수도용 상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상토 공장 시설 낙후로 (농우바이오의) 경쟁력이 낮다"며 "농협과 계통판매 계약을 통해 농가에 공급하는 상토의 경우 무작정 판매가격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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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점시장 체제로 판촉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가격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다. 농협중앙회와 농우바이오에 따르면 약 40개 상토회사가 국내에서 원예 및 수도용 상토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농우바이오, 팜한농(옛 동부팜한농), 성화 등 6개사가 전체 상토시장의 약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또 주력 사업부문인 종자사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할 때 상토사업 중단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농우바이오는 상토사업 매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영업실적 개선을 위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기질 비료 판매를 통해 영업기반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기능성 숯을 첨가한 원예용 상토를 생산하는 '상림'을 지난해 인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상림 인수를 통해 상토와 유기질 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영업기반도 마련하게 됐다"며 "지금까지 원예용 상토와 수도용 상토 일부에 국한 되었던 상토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토사업은 주력 사업부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출 비중 증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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