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7월 12일 08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제 기사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을 강화하는 지침을 일컫는 스튜어드십코드는 이달로 도입된지 1년 7개월이 지났다. 도입 초기 시장에서 기대했던대로 국내 증시가 한단계 레벨업됐거나,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갑자기 투명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스튜어드십코드는 금융시장에서 잔파도를 만들기에 충분했다.스튜어드십코드가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여한 건 단연 운용사였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운용사들은 앞다퉈 참여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대형 연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전체 52개 참여회사 중 38개가 운용사(PEF 포함)였다. 참여예정 기관에도 18곳의 운용사가 대기 중인 상태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올해 주주총회 시즌 이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국내 9개 운용사들의 최근 1년간 의결권행사 내역을 조사한 결과 운용사들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커졌다.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수는 5000건을 넘기며 전년대비 30% 가까이 늘었고, 반대율 또한 9.8%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그간의 긍정적인 변화에 보태 운용사들이 미래를 위해 한가지 고민해봤으면 하는 지점이 있다. 고객 관점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야한다는 의미를 말이다. 운용사는 국민연금 뿐 아니라 법인, 개인 등 목적이 각기 다른 경제주체들로부터 돈을 받아 운용한다. 운용하는 펀드마다 고객을 위한 의결권 행사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는 단순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정 안건에 대해 일괄적으로 찬성표 혹은 반대표를 던지는 식이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먼저 도입한 해외 운용사가 의결권 불일치를 자주 보이는 것과는 대조된다. 여기에 큰 고민없이 의결권 자문사들의 제안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회사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곳들은 비용 문제로 자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역량도 갖추지 못한 운용사에게 자금의 속성에 따라 의결권을 다르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대는 과도한 요구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연금마저 의결권 절반 가량을 운용사에 위탁한다고 하니, 책임의 무게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운용사들은 그동안 스튜어드십코드를 확산하는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주어지는 역할이 커지는 만큼 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도 서서히 정교해져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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