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규제 1년, 금융위 '전략적 무관심' 일관 "정책 자신감 떨어진다" 지적, G20 결정 연기도 영향…국회 입법도 지지부진
안경주 기자공개 2018-08-30 09:55:31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9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ICO(암호화폐 공개) 금지,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 등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규제 정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올초 암호화폐 논란이 일단락된 이후 수개월간 관련 정책은 전무하다. 사실상 암호화폐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전략적 무관심'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9월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기존 법령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을 발표한 지난 1월 이후 후속 정책 역시 발표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에 대한 규제 방안, ICO 대응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 태스크포스(TF)는 여전히 가동 중이지만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지켜보자'는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업계의 요구를 외면하고 암호화폐와 전략적 무관심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업계에선 ICO 제한적 허용, 암호화폐거래소 등록제(인가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왜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을 것일까.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미 암호화폐 시장의 열기가 꺾인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나서 다시 들쑤실 필요가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부가 공동 TF를 구성해 대응해야 할 국가적 사안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인식이 크다"고 전했다.
업계 안팎에선 정책에 대한 금융위의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암호화폐 정책을 입안했을 때 기대되는 효과 뿐만 아니라 반작용 등이 예상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불어닥친 암호화폐 광풍이 대표적 사례다. 금융위는 지난해 7~8월께만 하더라도 투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제도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같은해 9월 투기수요 증가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커지자 부랴부랴 ICO 전면 금지 등 규제방안을 내놨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완화됐을 때 암호화폐 광풍이 또다시 불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자신감 또는 확신이 없는 것 같다"며 "암호화폐 정책을 입안할 필요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주요 20개국(G20)이 암호화폐와 관련된 국제적 공통 규제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한국은 G20 규제안에 맞춰 암호화폐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국만 먼저 나설 경우 자칫 규제차익을 노린 국제적 투기 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현재 국제적 공통 규제안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 G20에선 암호화폐와 관련해 금융시스템 측면에서 접근했는데 예상보다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크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이도 없는 상황에서 규제에 나설 이유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때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암호화폐 법안을 앞다퉈 내놓던 국회도 관심이 예전 같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보호를 위해 서둘러 법안을 내놨지만 암호화폐의 정의조차 법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법안을 추진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의 전향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국내에 전면 금지된 ICO에 대해 제한적 허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권오훈 블록체인센터장은 "현재 정부 방침 중 대다수는 법적 근거 없는 행정지도에 불과하고 제도권 은행을 규율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관련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ICO 전면 금지를 통해 시장을 방치하기보다는 적절한 가이드라인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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