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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최정우호 6개월]반짝 가열된 노사 문제도 '데탕트' 무드로③30여 년 만에 활발해진 노조 활동 무리없이 소화

구태우 기자공개 2019-01-30 11:22:33

[편집자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7일로 취임 만 6개월을 맞았다. 포스코 역사상 최초로 비엔지니어 출신인 최 회장은 재무통이자 경영전문가다. 포스코를 100년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데 분주하다. 최 회장 취임 후 포스코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8일 1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정우 회장 체제가 6개월을 넘기면서 포스코의 노사관계가 취임 직후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최정우 체제를 맞아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세를 벌였다. 포스코는 사실상 무노조 사업장이었던 만큼 30여 년 동안 노사갈등의 무풍지대에 가까웠다. 최근은 지난 6개월 동안의 격랑이 잦아들고, 노사는 차분하게 대화하는 모습이다.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포스코의 2019년 시무식은 이전과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오른켠에 노동조합 위원장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이날 시무식에 참석한 김인철 포스코노조 위원장은 최 회장과 함께 떡을 잘랐다. 왼켠에는 포스코 노경협의회 강용구 위원장이 함께했다. 최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승풍파랑'을 새해 경영 화두로 내놓았다. 승풍파랑은 원대한 뜻을 이루기 위해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간다는 의미다. 노사가 함께 한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의미로 보인다.

지난해 포스코는 복수노조가 출범하면서 노사갈등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 최 회장이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성 성향의 민주노총 포스코지회가 출범했다. 지난해 9월 한국노총 포스코노조가 활동을 재개했다. 포스코노조는 1990년 이후 활동을 사실상 중단하고 소수 조합원이 명맥만 유지했는데 활동을 재개했다. 최 회장 취임과 동시에 2개의 노조가 활동에 나선 것이다. 최 회장의 노무관리 역량이 경영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포스코는 업계에서 사실상 무노조에 가까운 기업으로 알려졌다. 전체 직원 1만7076명을 고용한 대기업이지만, 노사협의회 중심으로 운영됐다. 그런 탓에 포스코가 '삼성식 노무관리'를 표방하고 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주요 기업들에 노조가 잇달아 설립됐고, 최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포스코도 '노풍(勞風)'을 피할 수 없었다. 포스코의 노조는 사내하청 노조를 중심으로 세력이 커졌는데, 정규직 노조까지 확산됐다.

노조가 설립되자 마자 노조 간 경쟁이 이어졌다. 양대 노조는 임단협에 참여하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기 위해 회사에 대한 폭로전을 이어갔다. 교섭대표노조가 되려면 조합원 수가 많아야 유리하다. 30여년 만에 노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직원의 마음을 사기 위한 선명성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제철소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폭로하는 한편, 산재사고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 노조는 포스코의 100대 과제에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포스코지회는 최 회장 등 경영진 27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사측이 노조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최 회장은 취임 3달 여 만에 노사 현안으로 송사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

최 회장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 포스코의 노사관계는 격랑이 잦아든 상태다. 지난해 12월 한국노총 포스코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얻으면서 노조 간 경쟁도 잦아들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의 조합원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조합원보다 많았다. 한국노총 포스코노조의 조합원은 6000여명에 달한다. 노조는 포스코와 새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교섭을 진행 중이다. 김인철 노조 위원장은 "기업문화와 노사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소통 중심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치뤄진 선거에서 임금인상을 비롯해 △임금피크제 △통상임금 범위 확대 △노동이사제 △교대제 개편 등을 약속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노사의 새 임단협 체결이 난항을 겪을 경우 노사갈등은 수면 위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를 요구하는 노동이사제는 민감한 현안 중 하나다.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제 등은 인건비 인상이 불가피한 요구안이다. 노조 지도부 역시 조합원의 기대에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노사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협상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포스코 노사
포스코 경영진과 한국노총 포스코노조

최 회장의 어깨도 무겁다. 최 회장은 'With Posco(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를 경영이념으로 내세운 만큼 협력적 노사관계를 지향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노사관계는 현안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상호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노사의 새 임단협은 최 회장의 노사관계에 대한 가치관을 시험할 시험지라는 게 노동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복수노조인 민주노총 포스코지회와 관계도 포스코가 풀어야 할 과제다. 포스코지회는 지난 21일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포스코지회는 한대정 지회장 등 노조 간부에 대한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징계는 노조 간부가 회사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데서 벌어졌다.

노동계는 포스코의 노무관리 방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포스코에 노조가 자리잡지 않은 데는 과거의 조직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게 노동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과거 국영기업 시절 제철보국(철을 만들어 나라에 보답한다)의 정신으로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남아 있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 파업으로 고로가 멈출 경우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노조 활동을 우려하는 기업 문화가 남아있다. 양대 노조에 생산직 노동자 다수가 가입하고 있는 만큼 노무관리 방식을 전환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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