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채권단, 자구계획 거부한 속내는 신규 자금 지원 부담 탓…매각 명분 쌓기 지적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9-04-11 16:20:51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1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의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자구안의 내용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속내는 신규자금 지원 부담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밝힌 금호그룹측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금융당국 역시 자구안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금호그룹에게는 아시아나항공 자체를 매각하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1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지난 10일 회의를 갖고 금호그룹측이 제출한 자구계획에 대해 논의한 결과,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고 결론지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회의를 갖고 금호그룹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에 대해 논의했으나 대부분 채권은행들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며 "당초 예상했던 자구안과 괴리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날 채권단 회의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제1금융권 9개 채권은행이 참여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그룹측의 자구안을 검토한 지 하루만에 부정적 입장을 공개했다. 채권은행별로 공식적인 입장이 취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자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공론화한 것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채권단은 금호그룹측이 내놓은 자구안에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규자금 지원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회사들의 분위기와 연관성이 깊다. 갈수록 부실 징후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시장에서의 자금조달 규모가 큰 탓에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금호그룹측이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금호고속의 지분 규모도 작다. A은행 관계자는 "금호그룹측의 신규자금 지원 요청은 사실상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채권단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조건을 내걸었다"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도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시장성 채무 비중이 높아 채권단에서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하다"며 "현재 채권단의 차입금 규모가 5000억원이 안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담보도 없이 5000억원을 신규로 지원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채권은행들이 아시아나항공에 빌려준 금액의 규모가 작아 사실상 신규자금 지원의 필요성을 느끼치 못한다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은행권 차입금은 총 4050억 원이다. 이 중 산업은행이 1560억 원, 수출입은행이 720억 원으로 국책은행 차입금이 절반 이상이다. 시중은행 차입금은 SC제일은행이 1080억 원, NH농협은행 500억 원, 우리은행 120억 원, 광주은행 70억 원으로 비중이 작다.
이번 자구안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인 곳도 있다. C은행 관계자는 "이번 자구안을 두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박삼구 회장의 경영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경영권 승계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이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부정적인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한L타워에서 열린 신한퓨쳐스랩 제2 출범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박삼구 회장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또 3년 기회를 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라며 "채권단이 판단할 때 자구안이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한 건지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산업은행에 따로 전달한 것은 없지만 5000억원 요구했다고 하는데 그만한 돈을 지원한다고 하면 제가 아까 한 원칙에 입각해서 검토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앞서 지난 10일 산업은행이 공개한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안에는 박삼구 전 회장의 부인과 자녀의 금호고속 지분 4.8%를 담보로 내놓고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내용이 담겼다. 3년 안에 목표 기준에 못미칠 경우 아시아나 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신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로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채권단의 자구안 거부는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유도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충분한 규모의 사재 출연이나 우량자산 매각을 통한 유상증자 등으로 현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채권단에서 채권 회수를 위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나설 수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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