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 갤러리아면세점, 철수밖에 선택지 없었나 [시내면세점 엑소더스]②면세사업팀 완전 해체 수순…특허권 양도 불가, 지분 일부매각도 쉽지않아
김선호 기자공개 2019-05-08 11:18:00
[편집자주]
2015년 신규 면세점 사업권(특허권) 획득을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4년이 지난 현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조차도 면세점 출혈경쟁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릴 정도로 신규 사업자들에게 시내면세점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가 시장 점유율 80%을 넘어선 가운데 신규 면세점들의 사업성을 되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2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면세사업이 오는 9월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함에 따라 면세사업팀도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한화가 공들인 면세사업을 매각이 아닌 철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2000년 애경그룹이 AK면세점을 롯데면세점에 매각하며 면세사업을 접은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대기업 면세점이 자진 철수한 것은 드문 일이다. 2015년부터 본격화된 면세점 특허경쟁과 이로 인한 출혈경쟁이 신규 시내면세점 '엑소더스'의 문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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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4년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며 면세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획득하며 그 해 말 63빌딩에 갤러리아면세점63을 개점했다. 갤러리아면세점 제주공항점은 개점한 지 4년 만에 문을 닫았으며, 갤러리아면세점63도 특허기간 5년을 다 채우지 못한 4년 만에 철수할 계획이다. 누적적자만 1000억원을 넘어섰다.
◇풍파 겪은 한화 '면세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획득할 때부터 풍파를 겪었다. 풍파를 겪는 와중에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사업 확장에 힘을 쏟았다. 2017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제주공항과 서울 시내 면세점에 이어 인천공항까지 진출할 시 국내 면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시고 '사드 여파'로 면세점이 한파를 겪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인력 감축에 돌입한 것으로 업계엔 알려져 있다. 2017년 3월부터 본격화된 중국 정부의 '금한령'으로 인해 제주공항 면세점에선 매출보다 임대료가 높아지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철수를 결정했다. 업계는 이때부터 면세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내부적으로 존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가세하며 출혈경쟁이 심화되자 한화로선 적자 늪을 벗어날 수 있는 출구가 사실상 보이지 않음에 따라 면세사업 철수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읽힌다.
◇매각 의사에도 "인수자가 없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시고, 서울 시내면세점은 증가하는 추세 속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면세사업 철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만약 면세점 특허권만을 떼어내 다른 사업자에게 팔려 해도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면세사업을 접을 시 관세청에 특허를 반납해야만 한다.
지분을 매각을 하려해도 사실상 인수자를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시내면세점간 출혈경쟁이 사업성을 불투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은 공항점과 달리 마케팅 비용을 들여 소비자를 데려오는 구조"라며 "면세점 특허가 늘어나는 가운데 굳이 외국계 업체가 비용 부담을 떠안고 사업을 인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지난해 서울 지역에 3개 시내면세점이 추가 오픈하며 사업자 간 매출 경쟁은 치열해진 상황이다. 관광객 모객을 대가로 면세점이 여행사·가이드에게 지불하는 송객수수료는 매출 대비 40%까지 치솟았다. 판매를 할수록 출혈이 커지는 규모라고 업계는 진단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에선 시내면세점 추가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특허가 추가로 발급될 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보유한 면세점 '특허'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를 보유하기 위해 영업을 지속해봐야 손실 폭만 키우는 셈이다.
일각에선 한화가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접은 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면세점 영업이 지속될 시 적자가 누적돼 한화그룹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인수 후보업체의 경영 성공 경험 등 종합적 판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감안해 한화 측이 면세사업 철수라는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한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관계자는 "면세사업부를 해체함에 따라 남은 직원 70여명은 순차적으로 갤러리아 광교점 등으로 인력 재배치가 이뤄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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