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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의 글로벌 오토게임]미국 자동차 3사 금융위기 탈출기(3): GM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6-24 10:03:00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7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부터 심각하게 빈사 상태에 빠졌다. 2007년에 387억 달러 적자를 냈다. 2008년에는 매출이 45% 감소했고 309억 달러 적자를 냈다.

회사가 나빠지기 시작한 2006년에 9.9% 대주주 커코리언(Kirk Kerkorian)이 회사가 르노와 닛산으로부터 자본참여를 받아 자력으로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사되지 않자 커코리언은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해서 그해 11월경 거의 모든 지분을 처분해버렸고 이후 몇 년 내에 GM 주가는 거의 90% 하락했다.

2008년 11월 17일에 전 미국이 주목한 자동차 3사 의회청문회가 열렸다. 정부의 구제금융 제공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의회는 여기서 구제금융은 거절하고 3사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계획서 제출을 요구한다. GM은 결국 2009년 6월 1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회사정리절차를 통해 새 GM이 만들어졌고 미국 재무부는 새 GM에 495억 달러를 지원하고 GM 지분의 60.8%를 보유하게 되었다. UAW가 17.5%, 캐나다 정부가 12%를 보유했다. 재무부가 13인 중 10인의 이사를 지명했고 UAW가 1인, 캐나다 정부가 1인을 지명했다. GM은 강력한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를 채택했지만 원자재 공급업체 소재지, 공장 소재지 등 이해관계가 있는 각 주의 의원들이 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사태가 계속되었다.
새 GM은 쉐보레, 캐딜락, GMC, 뷰익 등 4개 브랜드를 구 GM으로부터 넘겨받고 6천 개의 대리점 중 3600개만 승계했다. 2009년 7월에 휘태커(Whitacre)가 CEO가 되었다가 2010년 9월에 애커슨(Akerson)이 승계했다. 애커슨은 2014년까지 CEO직을 유지했다.

GM이 2000년부터 가지고 있던 스웨덴의 SAAB는 GM이 매각을 끄는 과정에서 스웨덴에서 파산보호절차에 들어갔다. SAAB는 온갖 우여곡절 끝에 2010년 네덜란드의 스파이커(Spyker)에 매각되었으나 2011년에 파산했다. SAAB는 그 후 중국 투자자그룹이 인수했다가 다시 파산한 다음 최종적으로 사라졌다.

GM은 회사정리절차를 거친 후 2011년에 다시 기업을 공개했다.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의 IPO였다. 201억 달러를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투자자들이 GM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최대주주 정부 대표로 오바마 대통령도 GM의 IPO 성공에 축사를 발표했다. 미국정부는 구주매각을 통해 60.8% 지분을 36.9%로 낮추었다.

미국정부는 2013년 말까지 390억 달러에 GM 지분을 모두 매각했는데 100억 달러 넘게 손해를 본 셈이다. 그러나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정부의 GM 구제는 1200만 개의 일자리를 구했고 349억 달러의 세수를 보존했다니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크라이슬러(마르치오네)와 포드(머랄리)에서와는 달리 GM에서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이렇다 할 ‘영웅'은 없었다. 그럼에도 GM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GM이 가지고 있는 국민기업의 이미지와 위상, 그리고 미국적인 지배구조 때문일 것이다. 전반적인 경제회복 과정에서 GM도 같이 회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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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1908년 창사 이후 77년 동안 세계 1위의 자동차회사였다. 2008년에 토요타에게 왕좌를 내주었고 2016년에는 폭스바겐이 1위에 올랐지만 GM도 2016년에 1000만 대 판매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중국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이었다. 중국은 이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다. 2018년 한해에 2800만 대의 신차가 중국에서 판매되었다.

2017년에 GM은 프랑스의 PSA에 오펠과 복스홀을 매각하고 90년 만에 유럽에서 철수했다. 2008년에 거의 10%였던 유럽시장 점유율이 6%까지로 하락했고 매각대금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오펠의 GM 플랫폼 공유율이 20% 정도에 불과했던 것도 큰 이유였다. 2017년 GM의 글로벌 EBIT는 모든 자동차 회사들의 통상적인 목표치인 8%를 넘어 9.9%까지 치솟았다.

GM은 사상 최초로 전기차를 생산했던 회사이기도 하다. 무려 1990년에 EV1이라는 모델을 만들었다. 판매는 하지 않고 리스했는데 1999년에 박물관용을 제외하고 전량 회수해서 폐기했다. 그 대신 2010년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2013년에는 전기차 쉐보레 스파크EV가 한국에서 최초로 출시되었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GM의 CEO는 메리 배라(Mary Barra)다. 자동차 3사 최초의 여성 CEO다. 평생 GM 사람인데 18세에 GM에 입사했고 GM인스티튜트(지금의 케터링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 지원으로 스탠퍼드에서 MBA도 했다. 배라는 2018년 11월에 미국과 캐나다 소재 5개 공장을 폐쇄하고 종업원 1만4천 명(15%)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트럼프는 회사가 어려울 때 정부가 회사를 살려 준 것을 기억하라고 배라를 비난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3사가 위기를 맞이했던 이유는 에너지 위기와 생산현장의 고령화, 거기에 금융위기가 겹쳤던 때문이다. 그런데 하버드 경영대학의 테들로프(Richard Tedlow) 교수는 이미 그 전에 미국 자동차산업의 근본적인 혁신 필요를 주창했었다.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정부 규제가 거의 없던 시기에 기초가 형성되었고 소비자들이 안전성이나 내구성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던 시기에 성장했다. 즉, 고품질에 대한 요구가 약해 생산현장의 효율화가 절실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판이하게 다른 환경에서 제작된 일본 자동차가 등장했고 미국 자동차 3사는 처음으로 심각한 외부 경쟁에 노출되었다." (Jack Beatty, Colossus, 255)

미국 자동차 3사는 나름 성공적으로 금융위기를 탈출했지만 테들로프의 지적은 아직도 유효하고 자동차회사들은 자동차의 디지털 플랫폼화라는 훨씬 더 스케일이 크고 근본적인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자동차라는 기계는 사람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을 보여주는 기계라는 말이 나왔을 때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었다. 이제 다시 시간이 흘러 자동차는 사람이 시간 공백없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하는 ‘디바이스'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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