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9월 18일 18: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자회사인 라이프리버를 지원하기 위해 발행한 6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의 대부분을 조기 상환했다. 이는 CB에 대한 풋옵션(조기 상환 청구권) 행사를 한참 앞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CB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올 하반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부정적인 이슈가 잇따라 터지면서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시가가 하락한 탓에 투자자들이 단기간 내에 CB의 전환으로 인한 시세 차익을 누리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두고 조기 상환을 청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에이치엘비생명과학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6일 사채권자와의 합의에 따라 600억원 규모의 제8회차 CB 중 510억원에 대한 CB를 약 514억원에 만기 전 취득했다. 이는 풋옵션 최초 행사 시점보다 1년 넘게 빠른 시점에서 사채권자들이 조기 상환을 청구한 것이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지난 5월 29일 글로벌바이오테크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200억원)와 이앤헬스케어투자조합6호(140억원) 등을 대상으로 600억원 규모의 제8회차 CB를 발행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다수의 밴처캐피탈로부터 투자받은 자금 600억원 중 300억원을 자회사 라이프리버에 출자하기로 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라이프리버가 지난 5월 24일 결정한 총 32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전액을 투자하는 셈이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측은 "라이프리버에 대한 추가 출자를 통해 이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라며 "CB 발행을 통해 라이프리버에 투자하는 3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억원에 대한 대상 법인 및 출자 금액 등은 미확정으로 세부사항은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CB의 쿠폰 금리는 0%였으며, 만기 이자는 연 복리 2%였다. CB 발행 당시 풋옵션은 오는 2020년 11월 29일부터 행사가 가능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 CB 투자자 중 대부분이 풋옵션에 의한 CB 조기 상환이 아닌 사채권자와의 합의에 따라 조기 상환에 나섰다. 주가 하락에 향후 CB 전환권 행사에 따른 수익을 누리지 못할 것을 감안해 CB 투자자들이 풋옵션 행사보다 이른 시점에서 원금 상환을 요구한 것이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지난달 29일 시가 하락에 따라 제8회차 CB 전환가액이 1만5342원에서 1만740원으로 조정됐다. 당시 조정가액은 6847원이었는데, 리픽싱 한도가 70%까지인 것을 반영해 1만 740원으로 조정된 것이다. 18일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종가는 7550원 수준이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측은 "CB 발행 당시 정한 최초의 풋옵션 행사 시점의 수익률(2020년 11월 29일·103.037751%)을 감안해 CB 투자자들에게 조기 상환에 따른 이자를 납입했다"면서 "쌍방간 원만한 합의를 바탕으로 해당 CB를 만기 전에 취득하기 위해 514억원가량을 들였는데, 이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올 상반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613억원)으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입장에선 해당 CB에 대한 조기 상환 청구권이 행사된 격이기 때문에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 희석 가능성은 낮아졌다. 전환가액 1만5342원 기준으로 향후 전환권 행사시 391만833주(지분율 7.71%)의 보통주 신주가 발행될 예정이었다.

다만 500억원 이상의 현금을 CB 상환에 투입하면서 현금 유동성은 낮아지게 됐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올 상반기말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5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말 기준 약 -38억원에 비해서 크게 개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