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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 투자한 VC, 제각각 엑시트 전략 왜? 한투파·미래에셋 등 지분 미매각…'기업가치 낮다' 성장성 베팅

안경주 기자공개 2019-09-25 07:55:03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4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숙박업체 플랫폼 여기어때가 글로벌 사모펀드 CVC캐피탈파트너스에 인수된 가운데 기존 투자자인 벤처캐피탈(VC)들이 서로 다른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선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거래 과정에서 JKL파트너스 등 대다수 벤처캐피탈은 투자회수의 적기로 판단하고 여기어때의 지분을 매각했지만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대경창업투자 등 일부 투자자들은 지분을 그대로 보유키로 했다. 이들은 여기어때의 기업가치와 산업의 성장성 등을 고려할 때 좀 더 미래를 내다보고 여기어때 지분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데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VC캐피탈은 지난 20일 여기어때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의 인수를 위해 최대주주 및 주요주주 지분, 기존 VC들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고, 경영권도 확보했다. 그동안 CVC캐피탈은 기업가치(Equity Value)를 3000억원 가량으로 평가한 뒤, 기존 주주들과 지분 매매를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CVC캐피탈은 구주 80%를 2400억원가량에 인수하고 1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총 85% 가량의 위드이노베이션의 지분을 확보했다.

눈에 띄는 부문은 JKL파트너스 등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는 이번 거래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반면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일부 VC들은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VC들은 벤처기업 투자를 진행할 때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태그얼롱 권한을 통해 동반매각을 진행한다. 대주주가 단독으로 지분을 매각할 경우 기업가치 하락 등의 타격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이번 위드이노베이션 거래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초기 투자자 중에서 지분을 매각하지 않은 곳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외에도 미래에셋벤처투자, 대경창업투자 등이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않았다.

여기어때 전환사채 내역

그간 여기어때에 투자한 VC들은 미래에셋캐피탈, 한국투자파트너스, 센트럴융합콘텐츠기술투자조합 등이다. 이들은 2015년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130억원을 투자했고, 이듬해 7월 JKL파트너스가 단독으로 2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2015년 전환사채를 인수한 VC들은 지난해말 전환권 행사를 통해 지분을 확보했다. 전환가격은 보통주식 1주당 사채금액 75만원이다. 당시 전환권 행사로 발행된 주식 수는 1만5924주(지분율 28.5%)다. 이를 역산하면 한국투자파트너스(4.2%), 미래에셋벤처투자(4.2%). 대경창업투자(2.5%) 등이 보유한 지분율은 10% 이상으로 추산된다.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여기어때의 기업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매출 1885억원을 기록한 경쟁사인 야놀자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됐다는 점과 비교하면, 투자자 입장에선 현재 여기어때의 기업가치 평가가 낮다는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 VC 관계자는 "초기에 투자했던 VC를 중심으로 현재의 기업가치와 투자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지금 엑시트를 단행하면 (그간의 투자가) 아깝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됐었다"며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고려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어때가 더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충분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숙박업체 플랫폼 시장의 성장성도 이번 지분 거래에 응하지 않은 이유로 파악된다. 최근 숙박업체 플랫폼 시장은 여행, 액티비티와도 결합되면서 여가시장으로 성장세가 거세다. 국내에서는 주 52시간 도입과 맞물리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치가 나온다.

또 글로벌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인수를 하면서 선진화된 경영과 자금을 투입하면 여기어때의 실적 개선이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이커머스 전문가인 최문석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앉히면서 야놀자와 같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서비스 확대, 글로벌 진출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만큼 여기어때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인 탓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벤처캐피탈은 향후 엑시트 방안과 관련해 CVC캐피탈이 여기어때 지분을 매각할 때 동반매각하거나 구주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른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CVC캐피탈과 합의한 내용만 이행하면 구주를 매각하는데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가치가 올랐다고 판단되면 구주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태그얼롱 권한도 갖고 있는 만큼 몇 년 후 CVC캐피탈이 엑시트 할 때 동반매각하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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