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움직이는 사람들]'전략기획통' 조대식의 혁신·투자, 최태원 매료한 힘③2007년 경력직 입사…현 지배구조 구축, 신성장 사업 추진
최은진 기자공개 2019-10-25 09:30:00
[편집자주]
재계 서열 3위에 이름을 올리는 SK그룹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선두권 경쟁 대그룹을 압도하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 섬유사업에서 시작해 석유화학·텔레콤·반도체 등 전혀 다른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다. 상위권 대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등 독특한 의사결정기구를 마련하며 효율적이고도 투명한 경영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벨은 SK그룹을 움직이고 있는 조직과 인물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2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문경영인은 오너일가가 부리는 하수인이 아니라 사업 파트너이자 동업관계다"SK그룹의 오너일가가 바라보는 전문경영인은 파트너다. 전임 총수인 고 최종현 명예회장이 당시 그룹 부회장이던 손길승 회장을 두고 파트너라고 칭한 것에서 비롯한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동맹관계는 최태원 회장 체제 들어 손길승 회장을 회장 및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추대하면서 이어졌다.
SK그룹 경영의 구심점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한 무게감이 실린다. '손길승-김창근' 계보를 이어 최 회장과 손발을 맞추는 파트너 자리는 현재 조대식 의장(사진)이 맡고 있다. 삼성출신 경력직 임원에서 SK그룹의 전문경영인으로선 최고지위에 오른 그는 입지전적의 인물로 평가된다. 최 회장과 개인적인 막역한 연(緣)에 더해 현 SK그룹의 성장동력 및 지배구조를 만든 공신으로 꼽힌다.
◇재무·전략·기획 능통, 만장일치 수펙스 의장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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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내에서 최 회장의 가장 최측근으로 여겨지는 조 의장은 지난 2017년 김창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의장으로 발탁됐다. 사장 직급으로 위원장도 거치지 않고 단박에 의장 자리를 꿰찬 그룹 내 전무후무한 사례로도 꼽힌다. 당시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조 의장 선출을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전해진다. 최 회장이 전폭적인 지원을 보낸 데 이어 수펙스추구협의회 역시 그의 역량을 신뢰한 결과다.
57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재계순위 3위권 대그룹의 최선임 전문경영인 자리에 오른 조 의장은 과거 그 어떠한 전문경영인보다도 최 회장과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 그는 역대 의장 가운데 유일한 외부인사라는 점도 눈에 띈다. 손길승·김창근 전임 의장이 SK그룹으로 입사해 재계 상위권 반열에 올려놓은 공을 인정받으며 힘이 실렸던 것을 감안하면 조 의장의 승진가도는 꽤 거침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의장은 1960년생으로 최 회장과 동갑내기다.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와 대성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클라크대학교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삼성물산 영상사업부 관리부서로 입사해 20여년간 삼성맨으로 살았다. 주요 관리부서 및 영업 등을 거쳐 재무부서 산하의 리스크관리부 상무로 발탁되며 임원에 올랐다. 이후 그는 상사 미주법인 재무책임자로 활동하다 돌연 사임했다.
삼성물산 내에서 조 의장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를 탄탄한 입지를 가진 원칙주의자라고 평가한다. 나름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가 갑자기 사임한 것에 내부적으로 꽤 이슈가 됐었다고도 회상한다. 조 의장은 삼성물산을 그만둔 후 약 1~2년간 공백을 가진 후 2007년 SK㈜ 재무부서로 이직했다. 시장에서는 조 의장이 갑자기 SK행을 선택한 배경에 동문인 최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봤다. 당시 SK그룹은 관리역량보다는 신성장 발굴 및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략가가 필요한 상황에서 최 회장과 평소 친분이 있던 조 의장이 발탁됐다는 얘기다.
실제 조 의장 측근들은 그의 이직을 둘러싼 세간의 평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단순히 인맥이 아닌 역량을 입증하면서 그룹 내에서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 의장은 재무부서의 담당임원으로 입사해 거의 매년 실적을 올리면서 6년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룹이 중대한 변화를 꾀하는 순간마다 조 의장이 총대를 매고 활약하며 실적을 냈다고 전해진다.
◇입사 6년만에 지주사 대표…지주사를 투자사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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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재무담당 임원으로 첫 발을 내딛은 조 의장은 우선 그룹 안살림 구석구석을 파악했다. 이후 사업지원부문장, 자율책임지원단장 등을 거치면서 각 사업부문을 숙지하고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각 계열사의 책임경영 체제를 안착시켰다. 그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당시 내부적으로는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는 코스를 밟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SK그룹이 오너십 부재 상황에 처했던 지난 2013년 조 의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지주사 SK㈜의 단독 대표이사가 됐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중책을 맡은 임원이었지만 세간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을 정도로 베일에 쌓여있었다. 최 회장의 부재와 함께 전면에 나서자 이를 두고 재계서는 최 회장의 숨겨진 '믿을맨'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경력임원으로 입사한 그가 6년만에 그룹의 중심인 지주사 대표이사에 오른 것에 시장에서 돌던 최 회장과 조 의장이 막역한 관계라는 후문은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조 의장의 탄탄대로 입지를 단순히 최 회장과의 관계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대표이사로 오른 후 내놓은 실적 때문이다. 우선 그는 2015년 SK㈜와 IT 자회사인 SKC&C 합병을 지휘하면서 현 지배구조를 완성시켰다. 조 의장은 SK그룹의 지배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시기나 방법 등을 치밀하게 고민하며 직접 구석구석을 챙겼다고 전해진다. 최 회장 비서실 출신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호흡을 맞추며 최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 하에 전권을 이임받았다는 일화는 여전히 회자된다.
조 의장이 사업부문장이던 2011년 설립한 SK바이오팜의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안착시킨 것은 물론 2016년 OCI로부터 SK머티리얼즈, 쏘카 등을 인수해 그룹의 성장동력을 추가했던 부분도 그의 성과로 평가된다. 이밖에 반도체 소재 및 모듈 등 SK㈜가 신사업으로 진출하는 데 있어 조 의장의 추진력이 빛을 발했다.
재무는 물론 M&A에 있어서도 성과를 낸 그는 그룹의 변화화 혁신을 만드는 인물로 부각됐다. 조 의장을 발탁한 것 역시 그룹이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라는 데 뜻이 모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최 회장이 그리는 그림을 조 의장이 실현시키면서 두 사람 관계가 한층 더 돈독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평소 임원 칭찬에 인색한 최 회장이 측근들에게 조 의장을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는 얘기는 조 의장의 업무성과를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편 조 의장은 지난 2017년 2년 임기의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된 후 한차례 연임했다. 2020년 임기 만료를 1년여 앞두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아직 경영자로서 젊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한차례 이상 더 유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이 차기 의장을 맡을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며 향후 권력구도 재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조대식 의장은 그룹 내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선임 위치에 오른 인물로 SK그룹이 기존 사업의 포트폴리오 관리가 아닌 신성장 사업의 발굴,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세우는 회사로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그룹의 중대 현안과 경영전략 및 방향성을 설정하고 최종 결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최 회장과 가장 막역하게 소통하는 인물로도 손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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