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M&A 역사로 본 SKT-카카오 '인연' SKT, 공정거래법 따라 매각 뒤 '플로' 서비스 개시…6년만에 재회
서하나 기자공개 2019-10-30 08:14:33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9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지분 맞교환'으로 단단한 제휴 관계를 구축하며 주목받는 사업은 음원 서비스인 '멜론'이다.SK텔레콤은 '멜론'을 매각했고 이를 카카오가 인수해 음원서비스 1위 사업자를 유지하고 있었다. SK텔레콤은 다시 플로 서비스를 내놓으며 멜론에 도전장을 내민 바 있다. 두 회사가 제휴 관계를 맺으며 음원 서비스도 협업 관계를 맺기로 해 '적과의 동침'이 이뤄졌다.
SK텔레콤은 6년전 현재 카카오 소유의 음원 서비스 '멜론'의 원주인이었다. 5G 시대 및 인공지능 스피커 등 IT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음원은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 중요한 분야로 부각됐다. SK텔레콤은 뒤늦게 아이리버를 인수하고 '플로(FLO)'를 내놨지만 이미 멜론이 음원 시장 1위를 굳힌 뒤였다. 멜론은 현재 카카오에 풍부한 현금 창출원이자 인공지능 사업 등과 시너지를 내는 효자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략적 제휴가 인수합병(M&A)이 아닌 만큼 두 회사는 각각 보유한 서비스를 별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허물어지는 산업 경계와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두 회사가 찾은 돌파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SK텔레콤의 '웨이브' '플로' 등과 카카오의 '멜론' 등 두 회사의 플랫폼과 콘텐츠를 합친 서비스가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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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서비스를 운영하던 로엔엔터테인먼트는 1978년 10월 설립된 서울음반이 전신이다. 서울음반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유무선을 연동한 뮤직 플랫폼 '멜론'을 선보였는데 2005년 당시 음악사업 확장을 위해 마땅한 회사를 물색 중이던 SK텔레콤이 이를 눈여겨보고 회사를 인수, 2008년 3월 로엔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해 12월 기존 SK텔레콤이던 멜론 서비스 운영 주체는 로엔엔터테인먼트로 넘어간다.
약 8년 뒤인 2013년 당시 SK그룹은 공정거래법(지주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에 따라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던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율을 100%까지 높이거나 아예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있었다.
SK텔레콤이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려면 약 1300억원이 필요했다. SK텔레콤은 고심 끝에 당시 들고 있던 지분 약 61.3%마저 아예 매각하는 결정을 내린다. 이로써 음원 플랫폼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다. 훗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를 두고 직접 '아쉬운 실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SK텔레콤 손을 떠난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사들인 곳은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였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주인없는 회사였음에도 사업이 계속해서 커졌다. 2014년 6월 음악 서비스 중 최초로 빅데이터를 도입했고 이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카카오는 2016년 6월 '콘텐츠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1조 8743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다. 당시 카카오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약 7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보유 현금 등을 마련했는데 증권가에서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너무 비싼 값에 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로엔엔터테인먼트는 단숨에 카카오의 새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고 이후 카카오는 2018년 3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사명을 '카카오M'으로 변경했다. 2018년 9월에는 아예 카카오와 카카오M을 하나의 회사로 합병한 뒤 연예기획 사업부문만 떼어내 기존과 다른 자회사 카카오M을 세웠다.
이후 인공지능 서비스와 자율주행차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 신사업이 커지면서 SK텔레콤에게 음원 서비스는 필수 콘텐츠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은 결국 2018년 12월 자체 음원 서비스 '플로(FLO)'를 다시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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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지분을 맞교환하고 사업 제휴를 맺기로 하면서 SK텔레콤은 6년만에 멜론을 다시 만나게 됐다. 통신, 모바일 플랫폼에서 시작한 두 회사는 미디어, 콘텐츠 등에서 다양한 사업 합작을 할 예정이다. 멜론과 플로가 힘을 합친다고 가정하면 음원 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은 단숨에 60%를 웃돌 전망이다. 시장조사회사 코리안클릭 등에 따르면 최근 멜론과 플로의 시장 점유율은 대략 40%, 20% 정도다.
다만 두 회사는 이번 전략적 제휴에도 당분간 각사의 서비스는 그대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두 회사가 인수합병하는 것 아닌 만큼 멜론, 플로 등 기존 서비스는 그대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협력할 분야는 협력하고 각자 사업은 사업대로 꾸리고 두 회사가 상호 이익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디지털 콘텐츠 외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이루기 위해 시너지 협의체를 구성하는 단계로 구체적 논의를 하기에는 시점이 이르다"라며 "각자 회사의 사업부가 있고 실제로 소비자가 사용하는 서비스인데 서비스를 합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멜론을 통한 사업 제휴의 성패가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사업 제휴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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