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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사업구조 개편]4개월 남은 '운명의 날'…바꿔야 이긴다내년 3월 KCGI와 표대결 염두, 우호세력 확보 집중

유수진 기자공개 2019-12-03 13:23:23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3월 27일.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20년간 맡아오던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날 오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쳐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다. 한진그룹 측은 주총 직전까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섰으나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당시 조 전 회장은 이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내년 3월 또 한 번의 표 대결이 진행된다. 지난번 못지않은 '빅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이번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대상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내년 3월 말 정기 주총을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처음 한진칼 사내이사에 선임된 이래 6년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운명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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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최근 한진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고민하고 있다. 그것도 단순히 혼자 구상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입 밖으로 꺼내 조만간 구조조정에 돌입하겠단 사실을 공식화했다. 그는 지난주 미국 뉴욕에서 가진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요즘 그룹의 주축인 대한항공도 상당히 어려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이익이 안 나는 사업은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항공운송과 관련되지 않은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며 추후 개편 방향에 대한 대략적인 힌트도 제공했다.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될 예정인 아시아나항공을 의식해 "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비용구조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면 비용을 줄여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재계는 이같은 조 회장의 행보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한진칼 주총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개편에 나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2대주주인 KCGI와의 표대결로 가더라도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서서히 우호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칫 연임안이 부결될 경우 그룹 지배력과 경영권 유지에 치명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내년 주총에서의 표대결은 지난해 이맘때 KCGI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진작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한진그룹의 기업가치 증대'를 외치며 나타난 KCGI는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집하며 오너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왔다. 특히 올 3월 주총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 저지에 실패한 이후로는 내년 주총으로 디데이를 재설정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왔다.

하지만 조 회장은 조양호 전 회장 별세 후 가족간 경영권 분쟁과 분할상속 등의 이슈에 집중하느라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해왔다. 주주들에게 회사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거나 경영 방침 등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지도 못했다. 그러다 최근 상속을 완료, 급한 불을 끄면서 다음 단계인 주총에 대한 본격적인 대비를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표 대결 승리 불투명…"사업 개편 필요성 느낀 것"

물론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안은 지난 3월 조양호 전 회장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수월하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사선임을 위해선 출석주주 2/3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대한항공과 달리 한진칼은 출석주주 과반 찬성만으로 선임안이 가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조양호 전 회장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는 첫 사례로 대한항공을 지목,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였었다.
한진칼

그렇다고 조 회장이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주총에서 실제 표 대결이 진행될 경우 주요 주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이나 개인들이 행사할 표의 향방도 전혀 예상하기 어렵다. 현재 한진칼의 주요주주는 △조원태 및 특수관계인 28.93% △KCGI 15.98% △델타항공 10% △반도그룹 5.06% △국민연금 3.45% 등이다.

일단 시장에서는 델타항공을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강하다. 양사가 아시아·태평양 노선에 대한 조인트벤처(JV)를 실시하는 등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 매입을 시작한 시점이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KCGI와 치열하게 경영권 다툼을 벌이던 지난 6월이라는 점도 델타항공을 백기사로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다. 조 회장 역시 "3월(주총일)이 돼봐야 알 것 같다"면서도 "관계가 좋아서 반대는 안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그룹은 KCGI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경우 KCGI의 지분율이 20%를 넘게 돼 표대결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미 KCGI는 한진칼로부터 건네받은 주주명부를 기반으로 우호세력을 늘리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조 회장도 이같은 분위기를 염두에 둔 채 최근 사업구조 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주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최근 부진에 빠진 실적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개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해야 주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KCGI가 1년째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실상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내년 3월 주총에서 KCGI와 표 대결로 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부터 사업구조 개편에 돌입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잇따라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조치를 단행한 것도 이같은 목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지난 7일과 8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이사회 내에 보상위원회를 설치했다. 기존보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친화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한진칼은 주주가치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한 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거버넌스위원회도 설치했다.

한진칼 관계자는 "이번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며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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