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열전…에코프로비엠·포스코케미칼 '돌풍' [2차전지업 리포트]SK이노·LG화학 양극재 업체와 조 단위 계약…연 6000억 규모
구태우 기자공개 2020-02-10 13:13:13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7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시장에서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비엠의 돌풍이 거세다. 이들 업체는 엘앤에프와 함께 국내 양극재 시장의 '톱 티어(Top Tier)'로 꼽힌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 소재 업체 간 경쟁이 한창이다.국내 양극재 제조사들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완제품 배터리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전기차용 양극재는 배터리 제조사의 거래처, 납품 규모에 따라 매출이 지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배터리 대전'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소재 업체에 접목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재 업체의 '물밑 경쟁'을 보는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에코프로비엠은 7일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2019년 연간 실적발표회를 진행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매출 6161억원, 영업이익은 371억원(영업이익률 6.0%)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5%(269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6%(132억원) 감소했다. 인건비와 R&D 투자, 그리고 고정비가 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 지난해 에코프로비엠은 실적이 안정되면서 '정중동'하는 행보를 보였다.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은 연간 실적보다 에코프로비엠의 전기차용 실적에 쏠려있다. 지난해 에코프로비엠의 전기차용(EV) 양극재 매출은 1249억원으로 집계됐다. EV 양극재 매출은 전년보다 331억원(36%) 증가하면서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을 견인했다. 소형전지용 양극재 매출은 소폭 늘었고, 대용량 저장장치(ESS) 매출은 크게 감소했는데 EV 양극재만 성장한 것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매출은 에코프로비엠보다는 적다. 지난해 판매한 양극재는 984억원으로 이중 30~40%가 EV용으로 판매됐다. 양극재 매출은 전년보다 17.6%(174억원) 증가했다.
EV에 대한 시장의 폭발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 모두 EV 매출은 크지 않다. 올해부터 상황은 크게 뒤바뀔 전망이다. 포스코케미칼은 LG화학과, 에코프로비엠은 SK이노베이션과 초대형 공급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1조8853억원 규모의 양극재를 납품한다. 연간 약 2만8000톤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는데, 전체 캐파의 70%가 LG화학으로 납품된다. 이는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등재된 NCM 톤당 가격(1월 20일 기준·131,500RMB)으로 환산한 수치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달부터 2023년까지 SK이노베이션에 2조7406억원 어치의 양극재를 공급한다. 연간 3만톤에 해당하는 물량을 SK이노베이션에 공급하게 된다. 이를 위해 캐파를 올해까지 5만9000톤으로 늘리는데, 절반의 물량이 SK이노베이션에 공급되는 셈이다.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까지 양극재 매출은 1000억원 안팎이었지만, 올해부터 6배 이상 급증한다. 이번 공급계약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두 업체 모두 올해부터 연 매출이 6000억원을 넘게 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전기차 시장이 원년을 맞는 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올해부터 연간 14.3%씩 성장해 2025년 362.6GWh(2019년 162.3GWh) 수준으로 성장한다. 전기차 50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시장이 커진다.
양극재 업체들도 이에 대비해 완제품 배터리 업체와 '동맹'을 강화했다. 포스코케미칼과 LG화학, 에코프로비엠과 SK이노베이션이 한 예다. 이들 기업은 여타 완제품 배터리 업체에도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주 매출처는 이미 정해졌다.
이미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밸류 체인'을 구축했다. 에코프로비엠은 '리사이클공정부터 양극활물질 공정까지 이어지는 업스트림 밸류 체인을 구축했다. 에코프로의 계열사들이 각 공정마다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도 모기업인 포스코와 함께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했다. 우선 양극재 핵심원료인 리튬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염호광산과 호주로부터 리튬을 들여오고, 이를 광양에서 정제한다. 조만간 광양에 리튬정제공장을 준공한다.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비엠은 '전기차 대전'에 2차전지 소재 부문의 '대표선수'로 등판했다.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배터리 업체까지도 접촉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에 EV용 NCA 양극재를 공급하기 위해 투자 협의 중이다. 삼성SDI가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하거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삼성SDI와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막되면서 배터리 업체는 물론 소재업체까지도 치열한 공급계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앞으로 소재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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