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전무, 아모레퍼시픽G 서경배 회장 '복심' 60년대생·연대 출신 '이너서클' 핵심…전략·인사 요직 두루 거치며 차기 리더 부상
전효점 기자공개 2020-02-20 13:20:4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1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아모레퍼시픽그룹 창립 7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서경배 회장의 왼쪽에 배석한 젊은 임원이 눈길을 끌었다. 김승환 당시 전략유닛 전무였다. 그룹에는 서 회장을 이어 지주사 경영을 총괄하던 백정기 부회장, 사업회사 아모레퍼시픽 심상배 사장과 배동현 부사장 등 서열이 앞선 임원들이 많았다.이들을 제치고 서 회장의 옆에 앉은 김 전무는 2시간 동안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력과 실권을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서 회장의 복심(腹心)이자 측근 중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승환 전무는 2013년 이래 아모레퍼시픽그룹 이사회에 등기된 사내이사 3인 중 한 명이다. '1960년생·연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구성된 아모레퍼시픽 '이너서클'을 대표하는 얼굴이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는 작년 말을 기점으로 '이너서클'의 일원이자 재무담당 최고 임원(CFO) 이상목 전무의 역할이 계열사에서 지주사까지 확대됐다. 이 때문에 이 전무와 함께 차기 리더십으로 꼽히는 김 전무의 보직 변화도 재조명 되고 있다.
김 전무는 앞선 2018년도 인사에서 오래기간 재직했던 전략 부문을 떠나 인사(HR) 총괄 전무로 발령 받았다. 작년 상반기에는 수년 간 재직해온 10여곳 계열사 비상무이사 겸직을 한꺼번에 내려놓으며 업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당시 일각에서는 김 전무가 일선에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 회장이 김 전무에게 요직을 두루 경험시켜 차기 지도자로 키우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인사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김 전무는 1969년생으로 서 회장과는 학과 동문이다. 삼성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아모레퍼시픽에는 2006년 지주사 체제 전환 당시 영입됐다. 입사 이래 김 전무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전략실에 줄곧 재직했다. 당시 전략실의 주요 업무는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이었다.
중국 성과를 바탕으로 입사 4년만인 2010년 그룹 기획혁신사업부장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대내외에 처음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2년에는 전략디비전 상무로 승진했고, 2013년에는 44세의 젊은 나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 등기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그룹 사내이사가 서 회장을 비롯해 손영철 부사장(1957년생), 김승환 3인 체제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젊은 나이에 조직의 정상에 오른 셈이었다.
당시 김승환 상무가 이끌던 전략디비전이 창출한 성과는 괄목할 만했다. 중국 법인 두곳을 신규 설립한 데 이어 설화수·이니스프리·에뛰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현지 진출시켰다. 중국에서의 선전을 기반으로 아모레퍼시픽 글로벌 매출은 2014년 전년 대비 40% 이상 고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 회장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해 2015년도 정기인사에서는 전략디비전을 전략유닛으로 승격, 중국을 넘어 글로벌 법인 통합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까지 부여했다. 김 상무는 승진 2년 만에 전무로 올라섰다. 2015년 창립 70주년 기념간담회에선 서 회장의 좌측에 배석하면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거침없는 포부를 밝혔었다.
김 전무의 행보는 같은 연대 경영학과 동문이자 서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인 이상목 재경담당 전무와 비교해 봐도 보폭이 넓고 정치적이다. 이 전무가 회계 전문가로서 조용히 그룹 곳간지기 역할을 해온 것과 달리 그룹 전면에서 서 회장이 가장 신경썼던 글로벌 사업을 도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상목 전무는 김 전무보다 3년 앞선 2003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했지만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것은 3년 늦은 2016년이었다. 김 전무에 대한 서 회장의 신임이 그가 육성하던 이너서클 가운데서도 특히 두터웠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
김 전무의 계열사 겸직도 광범위했다. 오늘날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실 임원이 계열사 비상무이사를 겸직하는 관행을 확립시킨 것도 김 전무였다. 그는 ㈜에뛰드, ㈜이니스프리, ㈜태평양제약, ㈜코스비전 등 2018년 한때는 서 회장보다 많은 10곳 계열사 비상무이사를 겸직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김 전무의 겸직 과다를 지적할 정도였다. 당해 김 전무는 그룹 전체에서 서 회장, 배동현 사장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0억원 내외의 보수를 지급받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인사에서도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을 전진 배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전무는 2019년 그룹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연대 경영학과 후배인 이창규 상무가 김 전무가 겸직하고 있던 10여개 계열사 보직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뉴페이스로 부상했다. 사업회사에서는 이상목 전무가 재선임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사외이사진으로는 서 회장과 동문 출신인 엄영호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신동엽 사외이사 등이 잇따라 중임에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어느 회사나 재경 담당, 전략 담당, 인사 담당이 중요한 보직인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도 "영업과 마케팅 등 중요하지 않은 보직이 어디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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