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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심사역' 모럴해저드 경계령

양용비 기자공개 2020-02-20 08:05:0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9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 벤처캐피탈(VC) 업계에 선물이 날아왔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벤촉법(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제1호 제정 법안이었던 만큼 법안 통과는 VC 업계가 꿈꿔왔던 오랜 숙원이었다.

벤촉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벤처투자의 진입 장벽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할 때 모태출자 없이 민간에서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유한책임회사(LLC)형 VC가 더욱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VC 업계에 긍정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VC 일각에선 벤처투자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럴해저드를 경계하고 있다. LLC형 투자회사가 늘어난 만큼 VC의 뿌리인 심사역이 이동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VC 일부에서 우려하는 모럴해저드의 주체는 2000년대 초반 1차 벤처붐 때와는 다르다. 1차 벤처붐 때 발생한 모럴해저드가 투자 비전문가로 인해 비롯됐다면 2차 벤처붐의 모럴해저드는 심사역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투자한 곳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심사역들은 걱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직할 곳은 많을 테니까요.” 한 VC 대표가 털어놓은 걱정거리다. 그는 국내 심사역 수가 한정된 상태에서 창투사가 증가하면 ‘심사역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을 우려했다.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면 심사역의 몸값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향후 펀드나 포트폴리오에 대한 책임은 등한시하고 이직에만 몰두하는 심사역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상상이 머릿 속에 그려졌다.

VC 대표의 우려는 2000년대 초반 모럴해저드가 발생하면서 투자 열풍이 식어버린 경험에서 비롯됐을 터다. 당시 모럴해저드는 벤처 생태계를 망가뜨린 주범이었다. 제2의 벤처붐이라고 할 정도로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 현재 모럴헤저드는 다시 벤처 생태계를 망치는 ‘코로나-19’가 될 수 있다.

심사역 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으면 한다. 다만 그간 심사역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이나 시스템이 풍부했는 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결국 심사역 모럴해저드에 대한 걱정은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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