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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인베스트를 움직이는 사람들]'판 읽는 승부사' 김종필, '섬기는 리더십' 통했다①2년만에 조직 탈바꿈 '신뢰구축', 차별화로 '글로벌' 진출 물꼬

서정은 기자공개 2020-03-18 08:11:50

[편집자주]

KB인베스트먼트는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단기간에 환골탈태한 하우스로 꼽힌다. 지난해 벤처펀드 운용자산(AUM) 1조원 고지를 밟았고 지금도 글로벌 영토 확장에 거침이 없다. 중상위권 하우스였던 KB인베스트먼트가 3년도 안된 기간에 선두권으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KB인베스트먼트를 변방에서 중심으로 올려놓은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6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인베스트먼트는 '김종필 체제' 전과 후로 나뉜다. 다소 과장되게 느껴지지만 김종필 대표이사(사진)를 둘러싼 세간의 평을 종합하면 이렇다. 그가 KB인베스트먼트에 얼마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 대표가 KB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긴건 불과 2년. 그는 건강한 긴장감과 합리적 성과주의를 녹이며 중상위권이던 KB인베스트먼트를 리딩컴퍼니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중소기업 이끈 아버지 보며 VC 입문

김 대표는 1970년생으로 전라북도 부안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당시 한국종합기술금융(現 KTB네트워크)을 통해 벤처캐피탈(VC) 업계에 입문했다. 20년이 훌쩍 넘도록 VC에만 몸담은 대표적인 '벤처투자 1세대'다.

그가 처음부터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인생을 꿈꾼건 아니었다. 한국이동통신과 한국종합기술금융을 놓고 오랜 고민 끝에 후자를 택했다. 그는 "당시 한국종합기술금융의 주주가 과학기술부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공적 성격이 강했다"며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아버지를 둔 것이 회사 선택에 중요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부에서 근무하며 해외 벤처기업 투자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꽃길만 걸어왔다면 VC 업계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취업한지 3년쯤 되던 무렵 한국종합기술금융이 민영화됐고 금세 미국의 닷컴버블 사태가 터져 국내 VC시장도 혹한기를 맞았다.

여러 고민 끝에 그는 같이 근무했던 양정규 현 지유투자 대표와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결과는 뼈아픈 실패. 외자 유치 펀드를 조성하려 했는데 대우사태가 터졌다. 그는 이후 신문에서 광고를 보고 미래에셋벤처투자로 자리를 옮긴 뒤 약 6개월만에 한국투자파트너스(옛 동원창투)로 이동했다.

◇한투파 17년, 투자·경영 역량 만개…글로벌 중요성 체감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근무했던 시간은 인생에 큰 변곡점이다. 2000년대 중반 '국민연금 07-01 한국벤처조합 제12호'(600억원) 등 대형 펀드를 운용하며 존재감을 키웠을 뿐 아니라 투자 역량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언론이 그의 이름을 주목한 것도 이 시기다.

김 대표는 산업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다 확신이 들 때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하며 벤처투자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에이블씨엔씨다. 저가 화장품에 투자한다는 비판에도 불구 인터넷 대중화라는 트렌드를 영리하게 읽으며 15억원을 투자해 200억원 이상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이밖에 국내 VC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던 카카오에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 7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유능한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넘어 경영자로서 발돋움 한 것도 한국투자파트너스 시절이다. 10년 동안 CIO이자 투자총괄을 맡으며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업계 1위로 키워냈다. 특히 해외투자를 이끌며 국내 VC의 글로벌 진출 물꼬를 튼 인물로 손꼽힌다.

김 대표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시절 소셜카지노게임 시장이나 맞춤의학 시장을 보며 성장산업은 전세계가 동기화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며 "국내에서 해외로, 해외에서 국내로 동기화 되는 현상들을 보면서 해외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회고했다.

◇'동참형' 리더십 발휘, 글로벌·4차산업 투자 선봉에

김 대표가 KB인베스트먼트로 움직인다고 했을 때 세간의 관심이 모인 건 당연했다. KB인베스트먼트의 역대 대표이사 중 정통 심사역 출신은 처음이었고 외부 출신 수장으로는 두번째였다. 파격적인 인사가 아닐 수 없었다. KB금융그룹 출신이 아닌 40대의 젊은 CEO가 보수적인 회사를 어떻게 다룰지가 관전포인트였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인력을 키우고 4차 산업투자, 글로벌 진출 등 사업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그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각 조직이 움직였고 지난해에는 벤처펀드 운용자산(AUM) 1조원 고지를 밟았다. 여기에 KB금융그룹의 신뢰를 얻어내며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2000억원대까지 키우는데 성공했다.

특히 한국투지파트너스 재직 당시부터 필요성을 절감해온 글로벌 사업은 다른 VC들을 앞지른다. 그의 고민은 '깊이를 더하는 것'이다. 많은 VC들이 해외로 나가는 상황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라고 봤다.

그 일환으로 KB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바이오투자본부를 만들고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투자그룹을 중심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존재감도 키워가는 중이다.

외부에서는 성과의 배경으로 공격적인 리더십을 제일 먼저 지목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부 평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동참형 리더십'을 통해 채찍 없이 조직 내 건전한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많은 심사역들이 "벤처기업이 IR왔을 때 자칫 심사역들이 놓칠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의 바람은 KB인베스트먼트가 흔들림없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합리적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성과급 비중을 70%로 높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올해에도 KB인베스트먼트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이를 동력으로 KB인베스트먼트는 매일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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