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CFO 워치]대우조선해양, 차입 단기화 심화…'소극적 레버리지' 배경은차입금 82% 2년 내 상환, 산업은행·기업결합 영향 '저금리에도 내부자본 활용'

구태우 기자공개 2020-03-12 14:27:0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1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는 금융부채를 활용해 이자비용을 초과하는 수익을 내는 게 핵심이다. 내부 현금을 활용한 투자보다 금융부채를 활용한 투자가 성장속도가 더 빠르다.

부채는 이자비용 외에 별도의 비용이 없고 자본을 조달하기도 쉽다. 경영진은 적정수준의 금융부채를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이려고 한다. 기업들은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과도한 부채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채를 활용한 투자전략은 기업들이 주요하게 활용하는 경영 전략이다.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기업들이 장기차입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조달금리가 낮아지면서 금융부채를 활용한 레버리지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중후장대' 산업의 대기업들은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고, 장기차입금으로 갈아타는 추세다.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 사이에서 '차입 장기화'가 주요한 재무전략으로 검토되고 있다. 부채 규모를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보다 레버리지를 단행할 때라는 분위기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시장의 흐름과 역행하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단기차입금 1조4500억원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건은 약정 한도 금액의 기한을 연장한 것으로 실제 차입한 금액은 없다.


이번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특이점은 대우조선해양이 저금리에도 재무기조를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차입금 구성 항목을 살펴보면 차입금(3조2124억원) 중 82%(2조6459억원)는 2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으로 구성돼 있다. 47%(1조5109억원)는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이다.

전년인 2018년에는 상환기간이 2년 이상인 차입금 비중이 46.8%(1조6850억원)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17.6%(5664억원)로 29.2%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 단기화'의 경향이 더욱 심화됐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2510억원 줄어든 2조930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성자산이 늘면서 순차입금은 2조2546억원 줄어든 5005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조달비율과 부채비율은 11.76%, 200.3%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저금리 기조에도 레버리지보다 내부현금을 활용해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부채를 확대하기보다 재무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부채조달비용을 살펴보면 대우조선해양의 차입 전략에는 아귀가 맞지 않는 점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채와 장기차입금 금리는 1%대인 반면 단기차입금의 금리는 3%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단기차입금의 금리가 장기차입금보다 높은데, 단기차입 위주로 차입전략을 짜고 있다.

지난해 지출한 이자비용은 164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761억원)보다 금융비용을 118억원 줄이는데 그쳐 재무구조 개선에도 금융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왜 장기차입금보다 단기차입금을 선호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산업은행 소유의 지배체재와 무관하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8.41%의 지분을, 자산운용사인 'BlackRock Institutional
Trust Company'이 5.5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레버리지보다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채비율이 200%가 넘고,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외부자본을 조달할 필요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기준 유동비율은 142.9%로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조선업 신조발주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시황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외부자본을 활용할 경우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내부자본을 활용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조선해양과 기업결합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차입 단기화'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지난해 1월 '주식 스왑'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하기로 했다. 양사의 기업결합은 올해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심사를 거쳐 확정된다. 인수합병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차입전략을 단기차입금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2015년보다 눈에 띄게 개선됐지만 경영정상화가 완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업결합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장기차입금 위주로 자본을 조달할 당위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차입전략을 짜는 임원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이다. CFO는 자본시장의 상황과 기업의 재무적 상황을 고려해 차입 전략을 짠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CFO는 최용석 재경본부장(부사장)이다. 최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영업 부문에서 오래 근무했다. 영업과 경영 관리 부문의 전문가라는 평이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CFO는 산업은행에서 맡다 '분식회계 논란' 이후 자사 출신이 맡고 있다. 다만 산업은행이 파견한 경영관리단이 회사의 △재무 △영업 △구매 등 각 부문의 업무를 관할하는 만큼 CFO의 자율성이 여타 기업에 비해 적다는 평이다. 경영관리단장은 산업은행의 유병성 단장이 맡고 있다.

최 부사장은 경영관리단과 조율해 대우조선해양의 영업활동에 가장 효율적인 재무전략을 짜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