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25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파장 속에서 대형 증권사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 주가가 일제히 40% 넘게 급락했다. 그런데 키움증권은 25% 가량 떨어지며 충격에서 다소 비껴갔다. 하락세를 면하진 못했지만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하면 15% 가량 아웃퍼폼했다. 우연한 현상은 아니다.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지면서 개인 매매 규모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코스피가 연초 대비 30% 안팎 급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은 빚도 마다 않고 저점 매수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전날까지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틀어 누적 1011조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0% 넘게 늘어났다. 개인투자자 거래대금은 596조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키움증권은 주식 브로커리지 시장 최대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할 때 실적에 미칠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점이 주가에서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증권사 실적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우려가 집중되고 있는 건 IB 비즈니스다. 전세계적인 바이러스 확산으로 일상적인 투자자 미팅이나 자산 실사마저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손발이 묶였다. 여기에다 최근 몇 년간 활발했던 해외부동산 투자 자산의 부실화 우려도 실적 전망을 압박한다. IB 데스크에서 한숨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IB 활동이 사실상 '올스톱' 처지에 놓이면서 한편에선 증권사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수년 간 대형 증권사 포트폴리오의 중심은 IB였다. 이들에게 있어 브로커리지는 일찍이 버린 카드다. 온라인 매매 수수료를 0원으로 낮출 때 사실상 브로커리지 수익을 포기했다. 브로커리지 쏠림을 완화해야 한다며 경쟁적으로 중개 수수료 수익 비중 축소에 나섰다. 브로커리지를 저부가가치 사업으로 폄하하고 구닥다리 취급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의 등장은 대형 증권사들이 거꾸로 IB 쏠림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IB의 전체 이익 내 비중이 큰 회사일수록 올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러니 여전히 메인 수익원이 위탁매매중개인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에선 '역시 그래도 브로커리지'라는 안도 섞인 말이 오가기도 한다.
주요 증권사 포트폴리오에서 비단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다른 사업들도 IB에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증권사 경영진이 브로커리지를 비롯해 그간 등한시 했던 비즈니스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IB 손실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IB 외 사업영역에서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도 무시할 수 없다. 위기에 직면한 증권사 수장들이 내놓을 대응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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