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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패러다임 전환]코로나가 몰고온 '언택트' 바람…'D·N·A' 투자 빨라진다④4차산업 확신 심어줘, '자금쏠림·고밸류' 부작용 우려도

서정은 기자공개 2020-04-24 08:06:20

[편집자주]

창업 생태계 최전선에서 쉼 없이 달려온 벤처캐피탈이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생존을 위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책자금에 기반한 대규모 유동성을 기반으로 양적성장을 거듭해온 가운데 마주한 코로나19는 불확실성 증대와 맞물려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궤도가 흐트러진 모험자본은 어디로 가야 할까. 변화의 스펙트럼은 벤처투자 지형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투자와 펀딩, 회수 등 벤처캐피탈 생태계 전반을 집중 조명하고 내일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벤처캐피탈들의 투자 지형을 바꾸고 있다. 언택트(Untact·비대면)가 생활 속으로 파고들면서 'D.N.A(DATA·NETWORK·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처를 찾았던 벤처캐피탈의 전략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산업 투자금 몰려…화두로 떠오른 '언택트'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뒤 벤처캐피탈은 관련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주목했다. 이제 성장 초기 단계로 높은 수익률을 실현하고 창업 생태계를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벤처캐피탈협회도 '4차 산업혁명 벤처투자협회의'를 만드는 등 시장 공략을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2017년 4차 산업혁명 분야 벤처투자 통계가 도입된 뒤 투자금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캐피탈협회가 최근 발표한 '최근 5년간 벤처투자 유치기업의 기업가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차 산업혁명 분야 벤처투자 금액(프로젝트투자·구주투자 제외, 기업가치 확인한 회사에 한함)은 553억원이다.

연간 추이를 보면 2017년 496억원, 2018년 541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가치도 2017년 5753억원, 2018년 6348억원, 2019년 6527억원으로 불어났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업종간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초창기 핀테크와 블록체인 등이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2017~2019년 사이 투자액 대비 기업가치 배수가 증가한 분야는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클라우드, 지능형 로봇 등이 손꼽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업종별 선호도 격차가 벌어지고 투자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 등을 통해 '언택트 서비스'의 중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에 D·N·A 분야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며 "여기에 기존 산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응용한 사례가 나오고 있어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 중소벤처기업부, 벤처캐피탈협회 '벤처투자 유치기업의 기업가치 현황' 발췌

◇코로나19 기폭제 역할, 고밸류·투자쏠림 우려

벤처캐피탈 중 4차 산업혁명과 언택트 시대에 대응해야한다는 걸 모르는 곳은 없다. 대형사 뿐 아니라 중소형사까지 해당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는 '혁신기업 투자 활성화'라는 목표 아래 신규투자의 80%가량을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집행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섹터별, 성장단계별로 관련 기업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HB인베스트먼트와 스틱벤처스도 AI 및 프롭테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분산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에이벤처스는 전체 포트폴리오 중에서 30% 가량을 AI로 채우는 중이다. 신생사에 속하는 인라이트벤처스,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등도 AI, VR·AR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을 사업화한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처를 발굴하 있다.

코로나 19 이후 기존과 차이점이 있다면 예상보다 포트폴리오를 변화해야하는 시기가 앞당겨 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벤처캐피탈은 D·N·A 분야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력의 완성도와 성장성 등을 검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관련 기업들의 매출이 가파르게 늘고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누구나 느끼지 않았느냐"며 "의구심에서 벗어나 지금은 '확신'을 가지고 실생활에서 접목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곳들을 최우선 투자 순위로 놓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는 4차 산업혁명 분야를 별도의 투자 섹터로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존 산업들 또한 5G 네트워크,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등을 통해 비용 절감 뿐 아니라 사업 고도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투자 속도가 빨라지는만큼 '투자의 질'을 확보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아직 국내 스타트업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업들이 많지 않다. 구체적인 방향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투자할 경우 쏠림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관련해서는 초기기업들이 대다수인데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밸류업, 스케일업 등 단계별 지원이 이뤄져야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무리하게 투자를 하다보면 쏠림현상이 일어나 고밸류에이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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