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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EUV제조업 점검]지용석 이엔에프 대표의 R&D 베팅 '인력 20배↑'③취임 이후 채용 주력 '7→146명'…EUV PR 신사업 설정

조영갑 기자공개 2020-06-17 08:14:52

[편집자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EUV(극자외선) 공정에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코스닥 상장 협력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더벨은 EUV 반도체 공정과 관련 소재 국산화, 장비개발에 나서고 있는 코스닥 상장 반도체 기업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1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용석 대표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이엔에프) 경영을 맡은 후 가장 먼저 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늘렸다. 그 베팅이 결과적으로 이엔에프를 반도체, 디스플레이 케미칼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반도체업계 출신의 한 VC관계자는 지용석 이엔에프 대표(사진)를 두고 '학자 CEO'로 평가했다. 'Lab(연구실)'의 중요성을 잘 아는 경영자라는 의미다. 실제 그는 연세의대 출신의 산부인과 전문의다. 지금도 케미칼 관련 책을 읽으면서 R&D 파트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엔에프는 2000년 모회사인 한국알콜산업의 부설연구소로 설립됐다. 한국알콜산업은 지 대표의 부친인 지창석 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초산에틸과 소주용 알콜주정을 생산한다. 성장의 한계를 판단한 지창석 회장은 2007년 의사였던 아들을 경영 일선으로 부르면서 신사업을 지시했다. 프로세스케미칼과 화인케미칼 사업의 시작이다.

2010년 이엔에프 대표로 선임된 지 대표는 회사의 체질을 대폭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첫 시작으로 연구소부터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연구소 시절 인재를 모으기 쉽지 않자 인센티브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서 화학 관련 석박사 소지자를 모집했다"며 "대기업을 제외한 업계 최고 처우에 많은 지원자가 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7명의 랩으로 출발한 연구소는 올해 1분기 기준 연구 및 품질파트 총 146명에 이르는 거대조직이 됐다. 전체 임직원 중 3분의 1 가량이 연구소 인력인 셈이다.

이엔에프의 연구소는 기존의 울산연구소(합성연구팀, CP연구팀)를 비롯해 기흥 중앙연구소(연구1팀, 연구2팀, 연구3팀, 신규개발팀, 연구지원팀)로 구성돼 있다. 그 중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중앙연구소다. 이곳에서 기존 주력제품과 신규사업 재료들의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비 역시 매해 3% 수준으로 일정하게 투입하고 있다.

2015년 97억원에 이어 2016년 96억원, 2017년 108억원, 2018년 97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의 경우 고순도 불화수소(HF) 국산화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연구비가 대폭 증가한 11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연구개발 비중은 2.38%로 다소 감소했다.

이엔에프의 연구역량은 특허 건수에서 입증된다. 현재까지 140여 건의 특허를 출원해 50건을 등록했다. 2014년 실리콘 산화막 제거용 식각액(불산), 반도체 고선택비 BOE, 친환경 포토레지스트 박리액 등이 연구소에서 나온 대표 기술이다. 이른바 '기술 황금기'로 꼽히는 2014년 이후 매년 10건씩 특허출원 및 등록을 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 관련 한 변리사는 "이엔에프의 경우 웬만한 반도체 장비사와 비교해 특허 기술 개수가 많다"며 "소재는 장비분야와 달리 특허 회피가 쉽지 않기 때문에 특허 등록을 하면 독점기술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엔에프는 현재 중앙연구소의 연구역량을 기존의 프로세스케미칼에서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화인케미칼로 확대하고 있다.

프로세스케미칼은 식각(에칭)액, 신너(thinner), 현상액, 박리액 등 주로 세정이나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소재다. 화인케미칼은 반도체 노광과정에서 사용되는 감광제(포토레지스트·PR) 관련 원료를 뜻한다. 소재 개발의 난도가 매우 높아 화인케미칼 분야의 단가가 훨씬 비싸다. 1분기 기준 kg당 평균단가는 프로세스케미칼이 1848원, 화인케미칼은 68만2843원으로 약 370배 정도의 차이다.


현재 납품되고 있는 화인케미칼은 ArF(불화아르곤) PR 원재료다. 모노머, 폴리머류 PR의 핵심원료를 생산해 핵심 거래처에 공급하고 있다. 회사 측은 거래처와 매출액 비중에 대해서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올해를 기점으로 EUV(극자외선) 반도체 공정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엔에프 역시 EUV용 PR의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EUV용 PR 소재를 미래 캐시카우로 설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ArF PR과 KrF(불화크립톤) PR은 일부 국내기업(영창케미칼)이 국산화에 착수한 단계지만, EUV 공정에 사용되는 PR의 경우 일본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구조"라며 "이엔에프 등의 화인케미칼 소재기업이 원재료 양산화에 성공한다면 매출확대는 물론 소재 주도권까지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EUV 공정에 사용되는 PR은 기존 화학증폭형 재료와 달리 반사형 고감도, 고해상도 레지스트이기 때문에 기존 재료와 달리 높은 내성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KrF, ArF PR 보다 상대적으로 개발의 난도가 높아 부가가치 역시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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