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SK건설, 공모채 흥행 이끈 시장 '친화' 행보신용등급 상향 트리거 달성 속 높은 고정금리 제시…시장·기업 상황 극복하는 조달 능력 발휘
이정완 기자공개 2020-07-21 08:06:00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7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있었던 SK건설의 공모채 발행 성과가 다른 건설사의 공모채 미매각이 이어지는 와중에 재평가를 받고 있다. SK건설 재무그룹의 시장 친화적 금리 결정이 흥행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SK건설은 6월 말 1500억원의 공모채 발행에 성공했다. 2년물로 500억원, 3년물로 1000억원을 조달했다. 당초 1000억원 공모채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1900억원이 넘는 유효수요를 확보해 15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 건설사 공모채 미매각 속 흥행 성공…고정금리 전략 유효
SK건설은 최근 건설사가 발행한 채권이 미매각 행렬을 이어가는 와중에 예상보다 더 많은 투자금을 모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7월 초 있었던 HDC현대산업개발(A+)과 대우건설(A-)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은 3000억원 모집 중 110억원만 매각됐고 대우건설은 1000억원 모집에 550억원 주문에 그쳤다.
지난달에도 GS건설(A)이 공모채 1000억원 모집을 계획했으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금액은 210억원에 그쳤고 한화건설(A-)은 1000억원 모집을 목표로 했지만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건설사 모두 SK건설처럼 신용등급 A등급에 속한 건설사였다.
SK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임영문 대표이사 사장은 이번 공모채 발행 성공을 위해 시장 친화적인 전략을 택했다. 공모가격 결정은 발행사 측 CFO, 금융팀장 등이 주관사와 논의해 결정한다. SK건설은 고정금리를 제시해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다. 2년물 금리 상단을 3.6%, 3년물 금리 상단을 3.8%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2년물 금리는 3.19%, 3년물 금리는 고정금리 상단인 3.8%에서 결정됐다. SK건설의 신용등급인 A-등급의 2년 만기 민평금리가 평균 2.158%, 3년 만기 민평금리가 평균 2.504%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시장 친화적인 고정금리를 제시해 채권 발행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소통 전면 나선 남기철 담당, 실적·신용등급 상향 트리거 달성 강조한듯
임 사장이 공모 전략을 짰다면 시장과 직접 소통에 나선 인물은 IR 책임자인 남기철 담당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R팀장이 공모채 발행 시 전면에 나서 회사를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남 담당은 SK건설 사업보고서 등의 작성 책임자이기도 하다. CFO인 임 사장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회사 내에서 발행 전략을 총괄하는 일을 한다.
SK건설은 공모채 조달 과정에서 실적 상승 기대감과 신용등급 상향 트리거 달성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SK건설을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3대 신용평가사의 상향 트리거 기준을 충족했다. SK건설은 1분기 상환우선주를 차입으로 간주한 조정 부채비율 332.8%, 영업이익률 6.9%를 기록하며 조정 부채비율 350% 이하, 영업이익률 3% 이상 조건을 충족했다. 임 사장의 재무 관리 기조가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SK건설의 실적 구조상 최근 부동산 규제로 인해 불투명해진 주택시장 전망으로부터도 자유로운 편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는 대부분 주택 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건설사의 잇따른 공모채 흥행 부진도 이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SK건설은 올해 1분기 고성그린파워, 여주 천연가스 발전소는 물론 SK하이닉스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플랜트 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60%를 거두고 있다.
◇ 악재 극복 역량 우수하지만…이젠 악재 없어야
이번 공모채 흥행에서 알 수 있듯 임 사장은 시장 상황은 물론 기업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게 자금 조달에서 우수한 역량을 입증해왔다. SK건설이 2018년 라오스댐 붕괴 사고 이후 지난해 다시 공모채 시장에 복귀했을 때에도 대형 악재 이후 첫 복귀인 만큼 800억원만 조달하려했으나 수요예측에서 3300억원이 몰려 15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한 바 있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건설이 사고가 벌어진 해인 2018년 실적 결산 시점에 라오스 댐 사고 복구공사 비용, 예상 지체상금, 구호활동 비용 등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예상보다 일찍 공모채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 비용 처리와 충당 부채 반영 등이 추가 손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SK건설은 지난해와 올해 공모채 발행에는 성공했으나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악재 관리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 받고 있다. 이달 초 라오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오스 아타프주와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 사업자인 PNPC(Xe-Pian Xe-Namnoy Power Company)가 보상복구비를 1000억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은 PNPC 지분 26%를 가지고 있다. SK건설 측에서는 이 비용은 자회사에서 부담하는 것이고 SK건설은 이미 관련된 비용처리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SK건설은 올해 초에는 2008년 평택 미군기지 공사 수주 과정에서 유죄가 인정돼 미국 정부에 약 8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지불했다. SK건설은 1분기 영업외비용으로 회계 처리를 마쳤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SK건설이 신용등급 상향 트리거를 달성하기는 했지만 여러 이슈에 대해 회사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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