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포장 인수포기 1년, 한솔그룹 신사업 의지는? M&A시장서 공개된 움직임 없어, 신제품 출시·사내 스타트업 검토
김성진 기자공개 2020-08-24 13:57:46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1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한해는 신사업 계획을 조기에 확정하고, 회사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주시기 바랍니다."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사진)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내부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내용이다. 지난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태림포장 인수전 막판에 손을 뗀 한솔그룹은 올 초부터 강력한 신사업 의지를 드러냈다.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기존 M&A 방식을 포함해 스타트업 투자, 조인트 벤처 등 다양한 신사업 진입 옵션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를 약 4개월 정도 남겨놓은 현 시점에서 아직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공개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한솔제지는 오히려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을 부채상환에 사용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만한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신제품 출시와 사내 스타트업 투자 등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신사업을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 대신 재무개선?
약 1년 전인 2019년 8월 한솔제지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태림포장 예비인수 후보로서 신중한 검토 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태림포장 인수를 위해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조직도 바꾸는 등 열의를 보였으나 결국 막판에 발을 뺐다.
결과적으로 한솔제지가 태림포장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원인으로는 가격이 꼽힌다. 태림포장에 대한 의지는 상당했으나 7000억원대에 달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2분기 기준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 자산은 200억원 수준으로 인수를 위해서는 차입증가가 불가피했던 상황으로 분석된다. 한 마디로 자금조달을 통해 인수가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지만 무리한 인수 이후 역효과를 염려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태림포장 인수는 포기했지만 M&A에 대한 의지만큼은 식지 않았었다. 올 초부터 보도자료 등을 통해 다양한 신사업 루트를 확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한솔제지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수익성이 낮은 인쇄용지의 비중을 줄이고 대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산업·특수용지 생산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골판지 업계 1위 업체인 태림포장 인수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올해가 약 4개월가량 남은 시점인 현재 아직까지 M&A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올 2분기 말 기준 한솔제지가 보유한 현금은 78억원으로 1년 전인 200억원과 비교해 130억원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 역시 8500억원에서 7700억원으로 800억원 감소했으며 부채비율은 207%에서 166%로 41%포인트 떨어졌다.
물론 현금성 자산이 소폭 줄었다고 해서 M&A에 대한 의지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초 보유 현금량이 자체적으로 M&A를 진행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고, 지난해 태림포장 인수전에 참여했을 당시에도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이거나 차입을 늘리는 방안들이 필수로 여겨졌었다.
◇어떤 신사업 준비할까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실만 갖고 한솔그룹의 M&A를 통한 신사업 의지에 대해 판단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재도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적절한 매물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올 초부터 지금까지 제지업뿐만 아니라 비관련 분야에서도 매물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깜짝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지 참여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한솔제지는 신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솔제지는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 지난해 8월 친환경 코팅제를 활용한 포장재 프로테고(Protego)를 출시했는데, 제품 라인업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프로테고의 영업을 전담하는 팀을 신설할 정도로 프로테고 판매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사내 스타트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내부 임직원들을 상대로 제지 종이 관련 신사업 공모전을 진행했다"며 "아이디어가 좋은 경우 스타트업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M&A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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