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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 차기 리더는]행장 인선 파행 '예견된 수순'행추위 '80% 찬성' 의결구조 원인, 관료출신 앉히기 노림수 해석도

손현지 기자공개 2020-10-14 07:35:53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3일 10: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장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의 후보자 재공모는 '예견된 일' 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보군에 정부 측 위원들이 원하는 '관료' 출신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정부 측과 수협중앙회간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행추위원이 없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수협은행 행추위는 전일 오전 9시부터 숏리스트 5인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다. 각 후보자들의 면접은 30~40분간 진행됐다.

면접은 '가나다' 순에 따라 강명석 전 수협은행 상임감사,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대표, 김진균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김철환 수협은행 부행장, 손교덕 산업은행 사외이사 순으로 이뤄졌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면접이 형식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후보자에 관료 출신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 측 행추위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수협중앙회 추천 인물 2명과 해수부·기재부·금융위 등 정부부처가 추천한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재부 추천 인사가 처음으로 행추위원장을 맡으면서 관료출신이 우세할 거란 소문이 돌았는데 막상 공모에 응한 후보자 명단엔 관료 출신이 한명도 없었다"며 "이때부터 파행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면접에 참여했던 한 후보도 "예상과 달리 면접 질문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1차 공모 지원 명단이 공개된 시점부터 재공모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최종 후보자 선정을 위한 4차 행추위가 열렸지만 행추위원들의 의견은 한 후보로 모아지지 않았다. 수협은행 측 위원 2인은 내부 후보인 강 전 감사와 김철환 부행장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측 위원이 이를 반대하며 2차 공모를 제안했다.

중앙회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부터 해양수산부가 중앙회를 대상으로 정기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행추위 의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공모를 재차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행추위원 중 정부와 중앙회 양측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없는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수협은행 최종 후보로 선정되려면 행추위 재적위원(5명) 3분의 2 이상인 4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즉 80%의 표심을 얻은 막강한 후보자가 등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협은행장을 사이에 둔 중앙회와 정부의 이해관계 또한 상이하다. 우선 정부는 관료 출신을 원한다. 공격적인 영업 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앙회는 내부출신의 금융전문가를 바라고 있다. 공적자금 상환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수익 제고를 이끌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을 원한다. 이왕이면 수협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2016년 수협중앙회에서 수협은행이 독립 출범하면서 관료 출신을 지양하자는 내부 선임기조가 형성되기도 했다.

3년 전 행장 선임 과정에도 정부와 중앙회간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인물을 찾지 못해 인선 절차가 수십차례 파행을 겪었다. 행장공백 사태가 장기화되자 당시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정부, 국회 등 여러 루트에서 민원이 제기된 탓이다.

김 전 회장은 행추위 측에 선출 절차를 재개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내부인사도 관료인사도 아닌 제 3의 인물을 선임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현 이동빈 행장이 이에 따라 선임된 인사다.

수협은행의 경우 은행장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는 체계가 부재해 전문성 있는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자격요건도 '금융에 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추고 수협은행의 비전을 공유하며 공익성과 건전 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로 다소 광범위하게 지정돼 있다.

공개모집 형태로 진행되는 점도 행장 인선 절차가 때마다 파행을 겪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희망자에 한해 자격검증 심사에 돌입하는 만큼 후보자들 범위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이번에도 지원자는 5명에 불과했다.

수협은행장이란 자리의 특수성에 능력있는 후보자들도 선뜻 지원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도 있다. 공적자금 상환과 민간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큰 자리다. 3년 전 행장 인선 파행도 1차 행장 후보 공모에 4명만 지원한 영향이 있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재공모 결정과 관련해 "우수한 인재를 찾기에는 인재풀이 적었다"며 "다른 은행들도 롱리스트를 10명 안팎으로 우선 추린 뒤 숏리스트로 후보 범위를 압축시킨다는 점에서 다를게 없다"고 말했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14일부터 20일까지 다시 행장 후보 지원서를 받기로 했다. 지원 서류를 바탕으로 한 적격 심사와 면접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이달 마지막 주에 행장 최종 후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수협은행장 재공모 사태로 기존 후임자 인선 타임라인도 지연은 불가피하게 됐다. 원래대로면 이동빈 수협은행장의 임기 만료일인 오는 24일에 맞춰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러나 2차 후보자 면접 일정이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최종후보자를 선정한다고 해도 이사회, 주주총회 일정까지 고려할 때 차기 행장 탄생은 내달로 미뤄지게 된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경영공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동빈 행장이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며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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