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디벨로퍼 포럼]디벨로퍼 디지털 혁신, 공동 생태계 조성 관건김도현 SK디앤디 RESI솔루션개발운용본부장
고진영 기자공개 2020-10-30 09:56:47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8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리콘밸리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다. 사고방식이 파괴적 혁신을 만든다.(Silicon valley is a culture not a place. It's the mindset that creates disruptive innovation.)”김도현 SK디앤디 RESI솔루션개발운용본부장이 실리콘밸리에 방문했다가 가장 인상깊게 들었다는 이야기다. 프롭테크 시대, 디벨로퍼로서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한 김 본부장은 혁신문화 조성을 향한 업계의 공동 노력에 강한 바람을 드러냈다.
김 본부장은 2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0 더벨 디벨로퍼 포럼’에서 '특화 디벨로퍼, 성장로드맵'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전통적인 디벨로퍼 시장이 맞이한 위협과 새로운 트렌드 등을 설명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하는지에 주목했다.
현재 부동산업 규모는 GDP 대비 7% 수준인 204조원에 이른다. 급격한 도시화에 기반해 빠르게 성장했지만 관련업체들의 기업가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달 22일 기준으로 업종별 PER(주가수익비율)평균을 비교해 보면 반도체분야는 37.2배, 소프트웨어 65.5배, 제약은 189.1배에 이르는 반면 부동산업종은 5.7배에 그쳤다.
김 본부장은 “이는 부동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다른 업종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의미”라며 “전체적인 시대 흐름을 다시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디벨로퍼업계는 최근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반면 새로운 시장으로의 영역 확장은 미미한 모습이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공간의 변화를 눈여겨 봐야할 시기라고 김 본부장은 지적했다. 전통적 오프라인 영역인 백화점과 쇼핑몰, 스트리트몰, 팝업스토어 등이 점점 활기를 잃어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유 오피스와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등이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더 각광받는 추세다.
드론과 파킹로봇의 등장 등 기술 발전도 부동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드론을 통한 배달서비스가 시작된다면 빌딩 구조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유해가스가 없어 집에 들여놓을 수 있는 전기차의 대중화로 주차장이 필요없어질 경우 설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주차장을 상업시설로 컨버전하는 방안 등도 있다”고 말했다.
사업방식 역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간 모든 사업은 소유를 전제로 계약을 하고 밸류에이션을 판단했다. 하지만 하우스 쉐어링 등 공유경제와 구독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주거 및 업무 공간의 다양한 활용 방식, 자산가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등을 두고 고민이 필요해졌다.
특히 김 본부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부동산업의 수용 정도가 낮다는 점을 주의깊게 분석했다. 산업별 '디지털 성숙도'를 측정한 결과 부동산 및 건설업은 5.1점(전체평균 5점)을 기록해 중간 수준이었지만 '디지털 확산도'는 최하점인 2.5점에 그쳤다. 산업 곳곳에 디지털화가 충분히 퍼져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산업에 IT가 얼마나 적용되어있는지를 나타내는 'IT융합도' 역시 부동산업이 꼴찌를 기록했다.
김 본부장은 “디지털 성숙도가 5.1점을 받은 것도 직방, 야놀자 등의 덕분으로 보이고 SK디앤디 등 디벨로퍼들이 이 점수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이 있다”며 추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으로 부동산을 즉석 구매하는 방식인 미국 ‘iBuying(아이바잉)’ 등을 예로 들었다.
아이바잉의 경우 매도자가 온라인에 매물을 등록하면 아이바잉 회사가 24시간내 희망가격을 제시한다. 제시가를 놓고 매도자와 뜻이 맞으면 계약이 체결되며 아이바잉 회사는 구입한 주택을 개량하거나 수리한 뒤 되파는 형태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실리콘밸리를 본따 새로운 방식의 시도로 혁신경제를 이뤄내야한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문화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불가능할 확률이 95%라고 해도 나머지 5%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며 “어려운 시도일수록 성공했을 때의 임팩트가 대단히 클뿐 아니라 효율적으로 투자하면 서로 리스크를 나눠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디지털 혁신과 관련한 부동산업계 종사자들의 관심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 종사자들에게 ‘당신의 조직은 명확한 디지털 혁신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를 물었더니 긍정 응답은 34%에 그쳤으며 나머지 66%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향후 거주자 경험을 위한 기술에 투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더 투자하겠다고 대답한 디벨로퍼는 43%로 절반이 안됐다.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려면 디벨로퍼들의 공통적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의견이다. 그는 “디벨로퍼 업계는 문화적 환경을 만드는 중요한 인더스트리인 만큼 종사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분야를 접목하고 활용하는 데 다소 둔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본부장은 “SK디앤디 등 특정 업체가 혼자 노력해서 될 문제는 아니고 디벨로퍼 생태계 자체가 혁신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공동의 인식과 교류 아래 개발업 자체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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