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하는 에이치엘비]'원 프로덕트 한계' M&A로 활로 찾았다①LSKB로 바이오 확장 후 메디포럼제약 인수하며 포트폴리오 구성
최은수 기자공개 2020-11-16 08:22:31
[편집자주]
에이치엘비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이슈 메이커다. 여전히 바이오 기업으로써 정체성과 보유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항암제 신약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NDA가 지연되지만 또 다른 M&A로 제약사를 끌어 안고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해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나의 물질만으로 신약에 도전을 했다 좌초의 기로에 놓인 경쟁사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에이치엘비가 새로운 바이오텍 성장 모델이 될지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2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치엘비는 M&A를 통해 성장해 왔다. 사명인 에이치엘비도 옛 현대라이프보트의 약자다. 여전히 한국거래소 종목 분류는 제조업으로 돼 있다.에이치엘비는 바이오 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항암제 신약 리보세라닙을 통해 바이오산업을 주력으로 키우고 있으며 최근 새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도입했다. 제약사까지 인수하며 제약바이오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에이치엘비는 올해 339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성공하면서 투자 재원을 다시 마련했다. 지난해부터 항암제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임상3상에서 실패하면서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대조를 보인다. M&A를 통해 성장한 에이치엘비가 한계 극복을 위한 키워드로 선택한 것도 M&A였다.
◇'하이쎌'로부터 시작된 M&A 역사
에이치엘비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진양곤 회장은 금융권과 컨설팅 업계를 거친 M&A 전문가다. 진 회장은 바이오사업에 처음 진입할 당시에도 M&A를 적극 활용했다.
진 회장은 2008년 3월 코스닥 상장사인 하이쎌을 활용해 에이치엘비의 모태 현대라이프보트 인수에 나섰다. 하이쎌은 당시 디앤에코의 계열사였던 현대라이프보트의 지분 확보 과정에서 자기자본의 600%에 육박하는 40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진 회장 측은 이 독특한 딜 과정에서 하이쎌의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진 회장의 동생 진양우 전 하이쎌 부사장 등은 하이쎌이 사채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단행한 36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하이쎌의 지분 13.62%를 취득했다. 진 회장 또한 5월 제3자배정 유증으로 하이쎌 지분 4.84%를 추가로 확보하며 지배력을 높였다.
하이쎌은 현대라이프보트 지분을 인수하며 구명정 기술력과 요트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탓에 국내 구명정 제조 및 요트 수요가 급감했다. 이후 진 회장은 바이오 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리보세라닙' 연결고리 만든 이노GDN M&A
진 회장이 찾은 대안은 코스닥 상장사 이노GDN이었다. 이노GDN은 꾸준히 바이오 중심 의 사업 다각화를 해 왔다. 표적항암제 아파티닙(성분명 리보세라닙)을 개발한 미국 LSK바이오파트너스(LSKB)를 100% 자회사로 두기도 했다.
현대라이프보트는 2008년 11월 보유하고 있던 이노GDN 메자닌(CB) 전환권을 행사했고 8.24%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거머쥐었다. 이어 2008년 12월 하이쎌은 보유하고 있는 현대라이프보트 보통주 375만주를 현물 출자해 70%에 육박하는 지분을 확보하며 지배력을 공고화했다.
다만 LSKB는 2005년 설립 후 이노GDN 최대주주 손바뀜 과정에서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자 리보세라닙 개발을 위한 독자 행보에 나섰다. 제3자 배정 유증을 추진했고 결국 2009년 들어 이노GDN의 종속회사에서 제외됐다.
진 회장은 에이치엘비를 중심으로 한 관계 재구축에 나섰다. 먼저 2013년 에이치엘비와 현대라이프보트를 합병해 흑자 구조를 만들었다. 같은 해 하이쎌 지분을 매각한 대금으로 에이치엘비 주식을 확보하며 LSKB에 투자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에이치엘비는 지배력을 높인 진 회장 체제에서 꾸준히 LSKB 지분 투자에 나섰다. 2014년까지 LSKB의 29.23%까지 지분을 확보했고 86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2015년엔 신한금융투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회사채로 340억원을 조달해 LSKB의 지분 59.19%를 취득했고 다시 종속회사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진 회장은 2019년 11월 에이치엘비와 LSKB, 에이치엘비의 100% 자회사인 HLB USA와의 삼각합병까지 마무리했다. 존속법인 HLB USA는 사명을 엘레바로 변경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2009년 엘레바가 리보세라닙을 개발하던 중 에이치엘비에 관련 투자를 요청했고 진 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바이오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메디포럼제약 M&A, 제약바이오 포트폴리오 완성
진 회장은 올해 에이치엘비제약(구 메디포럼제약) 인수를 통해 그간 청사진으로 제시했던 '에이치엘비 바이오 생태계'의 토대를 다졌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메디포럼제약에 14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진 회장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와 CB 인수를 위해 106억원을 투자했고, 에이치엘비는 100억원 규모의 CB투자에 나섰다.
메디포럼제약은 에이치엘비가 시장에서 제대로 된 제약·바이오 그룹으로 변신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역할을 한다. 메디포럼제약은 스몰캡이지만 내실 있는 제약사로 평가받는다. 2019년 박재형 대표이사 체제에서 턴어라운드했고 올 상반기엔 4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에이치엘비는 업종을 제약·바이오로 전환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M&A를 통해 성장해온 터라 내부 사업 구조가 복잡해 업종 변경이 쉽지 않았다. 에이치엘비의 사업은 바이오 부문과 구명정·파이프를 비롯한 선박 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이중 바이오 외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70%를 넘었다.
에이치엘비는 메디포럼제약 인수 및 파이프라인 확장을 통해 바이오 사업 매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원프로덕트 바이오 텍의 한계를 극복하고 M&A로 포트폴리오를 확충한 새로운 유형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치엘비는 국내에선 찾기 힘든 M&A로 성장한 바이오텍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리보세라닙 품목 허가 획득과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지만 지금까진 주력 파이프라인의 부정적인 임상 3상 결과를 받아들고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를 놓고 고민하는 경쟁사와는 대비되는 행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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