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18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전 금융당국 관계자를 만났을 때였다. 주요 화두는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이었다.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두 달여 남은 하나금융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소집을 앞두고 있다.주 관심사는 하나금융 지배구조와 이사회 운영절차가 그간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뀌었는지 여부였다. 최근에도 당국은 하나금융 이사회에 공정한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갖출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권고 당시 모범기준으로 KB금융 이사회를 콕 찝었다는 거다. 금융권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사례도 소개했다.
지난해 9월 KB금융의 마지막 회추위가 열렸을 당시 회추위 위원들은 최종후보자(숏리스트) 4명을 선정한 뒤에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다름아닌 후보자 인터뷰(심층면접) 순번 결정 방식 때문이다.
처음엔 나이순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꼭두새벽부터 진행되는 인터뷰 특성상 후보자 나이를 고려해 순번을 배치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조직 내 직급, 서열 순으로 하는 방법도 논의됐다. 외부 후보군을 배려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급기야 사다리타기까지 나왔다.
KB금융 이사진이 장고 끝에 선택한 방법은 바로 '제비뽑기' 였다. 4명의 후보 이름을 각각 적은 A4용지를 작은 함에 넣고 사외이사 한 명이 대표로 용지를 뽑았다. 결과는 허인-이동철-김병호-윤종규 순. 이렇게 KB금융 회추위의 최종 인터뷰 순번이 결정됐다.
앞선 당국 관계자가 KB금융의 이사회가 투명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다. CEO선임 과정에서 자칫 사소해보일 수 있는 인터뷰 순번 조차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정하려는 노력이 깃들어있다.
인터뷰 시간도 공정하게 배분했다. 사전에 질문마다 3분, 5분 등 시간을 정했고 철저하게 지켜 진행했다. 어떤 후보라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후문이다.
최종 집계평가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익명으로 진행했는데 이사진 각각의 평가표를 섞어서 누가 평가했는지를 알 수 없도록 했다. CEO나 타 위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사회가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기능할 수 있는 바람직한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최근 금융권은 뷰카(VUCA) 시대다. 고객 주류가 기존 586세대에서 MZ세대로 뒤바뀌고 네이버나 카카오 등 테크핀 기업들의 공세가 빨라지고 있다. AI도 이종산업 간 데이터 결합을 통해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도 가중됐다. 복잡성의 시대, 예측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금융지주 CEO 선정은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금융사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에서 빠른 변화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CEO가 절실한 시점이다. 차기 회장 선임 논의를 앞둔 하나금융 이사회도 주주들을 대표해 CEO 발굴에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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