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미래에셋, 이사·감사 독립성 훼손시 '가차없이' 반대표②총 205개 법인에 의결권 행사, 업계 상위권...반대율 8.76%, 전년비 1.4%p 상승
이효범 기자공개 2021-03-23 13:14:18
[편집자주]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됐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집사이자 수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개별 운용사들의 조직체계와 주주활동 내역을 관찰·점검하고 더벨의 시각으로 이를 평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8일 14: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인 기관투자가 중 하나다. 연간 200개 안팎의 안건에 찬반표를 행사한다. 투자기업에 대한 반대표 행사도 서슴지 않는다. 민간 기관투자가들의 평균 반대율을 훌쩍 상회한다.주로 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된 이사, 감사 선임 안건에 목소리를 냈다. 특히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반대표를 던졌다.
◇의결권 행사 법인 수 감소…자문사 2곳과 계약
더벨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난해(2019년 4월초~2020년 3월말)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205개 법인의 주주총회에 상정된 1381건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외에 감사 선임과 관련한 3%룰에 따라 불가피하게 일부 지분을 불행사한 안건을 제외하면 단 1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불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8년 1월 2일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그해 주총 시즌을 포함한 의결권 행사 법인수는 169개에 그쳤다. 이듬해인 2019년 주총 시즌 당시에는 224개의 투자기업의 1318개의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와 달리 지난해 의결권 행사 법인수는 205개로 전년대비 감소했으나 안건수는 증가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의결권 행사 대상을 대폭 늘린 추세였지만 지난해는 다소 위축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의결권 행사 법인수의 절대적 수치가 적지는 않다. 삼성자산운용의 의결권 행사 법인수인 297개에 비해서는 적지만, 한화자산운용(의결권행사 법인수 54개), KB자산운용(160개), 신한자산운용(10개), 한국투자신탁운용(164개) 등과 비교하면 의결권 행사 법인수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통상 자산운용사들은 운용 중인 펀드의 자산총액 100분의 5 또는 100억원 이상의 투자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같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중장기 투자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의결권을 행사한다. 또 합병이나 영업의 양수도, 임원의 임명, 정관변경 등 투자대상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안건을 주로 챙긴다.
의결권 행사 프로세스는 △주주총회 일정, 안건 등 확인 후 자문사 보고서 요청 △자문사 의견 및 당사 애널리스트 의견 등을 참고하여 투자전략위원회 의사록 작성 △투자전략위원회 개최 및 의결 △발행사에 위임장 송부 혹은 전자투표 행사 순으로 이뤄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의결권 행사를 더욱 확대하고 전문성을 높이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올해 주주총회부터는 의결권 자문사 2곳으로부터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기존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의 자문 계약을 유지하고, 대신경제연구소와 새로운 자문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71개 법인 121건에 제동…반대표에도 대부분 안건 통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은 총 121건으로, 전체 안건 대비 반대율은 8.76%다. 전년대비 1.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다만 2018년 주총 시즌과 비교하면 반대율은 감소했다. 절대적인 반대표는 최근 3개년 동안 가장 많았으나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수가 증가하면서 반대율이 하락했다.
주총 안건 중 1개라도 반대표를 행사한 법인 수는 총 71개다.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의 수가 205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이상의 기업 주총에 반대의사를 표했던 셈이다. 유가증권 소속 기업들을 비롯해 코스닥, 코넥스 기업의 주총 안건에도 의결권을 행사할 정도로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반대표를 많이 던졌던 안건은 주로 이사회와 관련된 사안이다. 사내 혹은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변경 등과 관련된 안건이 주를 이뤘다. 상장법인의 이사회는 기업의 핵심적인 의사결정 기구다. 주주로서 이사회 구성원들이 맡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사나 감사 후보자의 독립성이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같은 안건은 총 30여개로 전체 반대 안건 중 25% 가량을 차지한다. SK, SK텔레콤, 롯데케미칼, 에스오일 등 대기업 위주로 사외이사 선임 건에 반대했다. 또 동운아나텍, 오스코텍, 와이솔, 메디포스트 등 코스닥 상장사 주총에서는 감사 선임 건에 주로 제동을 걸었다. 사외이사로서의 자격에는 찬성했으나 감사위원으로서 역할에 반대표하는 사례들도 종종 있었다.
대표적으로 2020년 3월 나이스평가정보의 김일환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던졌으나, 동일인물에 대한 감사위원 선임의 건에는 반대했다. 김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 비감사 보수액으로 감사 보수액의 25.8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출한 사례를 지적했다. 비감사 보수가 감사 보수보다 클 경우 외부 감사의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을 반대 사유로 들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주주총회에서 거의 대부분의 안건이 통과됐다. 의결권을 행사한 투자기업에 대해 지분율이 대부분 3% 미만이다. 자체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실제 표결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 중 네패스 주주총회에 상정된 상근감사 선임의 건은 부결됐다. 당시 상근감사의 재연임 건이 주총 안건으로 상정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후보자의 임기를 연장할 경우 연속 재임연수가 8년을 초과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장기연임은 경영진 혹은 지배주주와의 독립성을 저해해 감사로서 경영진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업무를 충실히 이해할 수 있을지 우려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 안건이 부결된 건 의결권 주식수 부족 때문이었다. 이에 네패스는 상법에 따라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하여 퇴임한 이사는 새로운 선임된 감사가 취임할 때까지 감사의 권리의무가 유지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기존 감사 자격을 유지했다. 해당 감사는 지난해 9월말까지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 운용사들은 분산투자를 기본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특정 기업에 영향력을 미칠 만큼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개별 운용사의 반대만으로 안건을 부결시키는 사례가 거의 없지만, 수탁자책임활동의 일환으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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