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 ESG 트래커]동원, 막강 '참치파워'가 만든 벽...걸음마 EGS경영①점유율 80% 독점지위, '공정거래·환경이슈' 잡음 불구 변화 없어
박규석 기자공개 2021-03-22 07:57:47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7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원그룹은 참치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내수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1969년 설립 이후 흔들림 없는 성장을 기록한 원동력이다.하지만 참치캔 시장 리더의 이면에는 끊임없는 사회적 이슈가 따랐다. 2011년 일부 제품의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은데 이어 참치캔 변질, 잠재적 발암물질 검출 등 공정거래 및 환경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동원그룹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는 다소 미온적이었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도 잘 드러난다. 전 영역에서 B 또는 C등급의 평균이하의 점수를 득하고 있다.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의 경영이념과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공정위 이슈 지속 발생…‘사회적 책임’ 경영철학 희석
동원그룹은 오랫동안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이라는 비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창업주의 경영 이념을 계승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하지만 동원그룹은 거의 매년 식품안전 및 공정거래 이슈 등의 고초를 겪었다. 주력 계열사이자 종합식품기업인 동원F&B의 경우 2016년 참치캔 일부제품의 내용물이 변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체에는 무해한 성분이었지만 사과문과 함께 자진 판매 중지 및 회수하며 적극 대처했다. 불과 2년 뒤 동원F&B 연천공장에서 생산한 샘물 페트(PET) 제품 일부에저 잠재적 발암물질인 브롬산염이 기준치인 0.01㎎/L를 초과했다. 동원F&B의 조치는 제품 리콜이었다.
지난해에는 동원F&B 수원공장의 폐수처리장이 불법시설물로 판명되면서 지자체로부터 이행 강제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관련 시설은 1996년 이후 끊임없는 악취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동원F&B는 45억원을 들여 모든 지상 시설물의 지하화와 공원조성, 악취 저감시설 등을 약속하며 마무리 했다.
이 외에도 동원그룹은 학교급식 리베이트, 손자회사 행위 제한 금지 위반,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 가격 담합 등의 이슈가 발생했지만 해당 문제 해결에만 나설 뿐 그 이상의 자성은 없었다. 각각 이슈가 다른듯 보이지만 공정거래 및 환경이슈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 했지만 근본적으로 이를 근절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식품기업에 요구되는 환경 및 사회적 책임의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동원그룹 내부에는 관련된 조직과 전략이 부재하다. 그룹차원의 조직은 물론 각 사별 대응 체계 역시 명확치 않다. 구심점 없이 사업부 단위에서 ESG 등 관련 업무를 맡고 있을 뿐 구체적이지도 않다.
이러한 동원그룹의 현실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평가하는 ESG 등급에서 드러난다. 동원그룹 내 상장사인 동원F&B와 동원산업, 동원시스템즈 3사가 지난해 기록한 통합 등급 최고점은 B에 불과했다. 항목별 최고 등급도 B+에 그쳐 A 이상의 등급은 찾을 수 없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B등급은 각부문에서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다소 필요하다는 평가를 의미한다.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감안할 때 만년 B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모범규준에 대한 준수 의지가 그만큼 크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지속성장 '혁신' 유인 희석, 기본요건만 갖춘 이사회 제도
동원그룹이 잇단 이슈에도 불구하고 ESG 경영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배경으로는 확고한 시장 지배력이 녹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력 제품인 참치캔의 생산량은 2018년 기준으로 148억개에 달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동원F&B의 참치캔 시장 점유율은 80%다. 경쟁사인 사조해표, 오뚜기, 대상 등의 실적을 크게 앞지르는 선두주자다. 확고한 시장 지배력은 외풍에도 흔들림없는 성장을 이루게 했다. 이는 변화해야 할 유인을 저하시키는 요소가 됐다는 평가다.
특히 잦은 이슈로 인해 등급이 저하되는 환경과 사회부문을 제외하고 지배구조부문에 있어서도 열악한 체제를 나타내고 있어 변화가 요구된다. 재계순위 50위권 대그룹 집단이지만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의 이사회 전열 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등급 상향의 발목을 잡는다.
동원그룹은 사내이사 중심의 이사회 전열을 구축하고 있다. 각 상장 계열사의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지 않아 기본적인 상법 요건만 갖춰두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그룹 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 투명성 및 독립성 차원에서 진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사회 주도권 및 감사권을 누가 확보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남는다. 동원그룹은 일부 계열사의 경우 오너일가가 직접 이사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의사결정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가 상장 계열사의 감사까지 맡고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오너일가를 대신해 계열사의 감사권을 쥐며 감시감독을 하고 있는 형태이지만 이 같은 구조는 이해상충 여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ESG 유관기관에서는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자산 규모 2조원을 넘지 않는 상장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감사위원회를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동원그룹의 경우 상근감사제도만 두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사회 전문성을 보완하는 소위원회 제도가 활성화 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반적으로 상법에 명시된 기본적인 요건만 갖추고 있을 뿐 오늘날 재계에 요구되는 독립성 및 투명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나 요소들을 마련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꾸준하게 사랑받는 제품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결과로 혁신을 할 이유도, 계기도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ESG 경영은 시작 단계로 그룹 차원에서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그룹 또는 계열사별로 전담 조직을 꾸려 상반기 중 ESG 추진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