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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아모레퍼시픽, 환경·사회에 밀린 ‘지배구조 개선'③'2030 ESG 선언' 준비, 총수 지분쏠림·대표 겸직 해소 과제

정미형 기자공개 2021-03-29 08:04:12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9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4월 22일 환경의 날을 맞아 대외적으로 ‘2030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 각 부문에서 향후 2030년까지 그룹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그를 위한 행보들을 이어나가겠다는 약속들이 함께 담길 예정이다.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ESG 선언에는 그동안 고민들이 반영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어왔는지, 그 결과 어떤 청사진을 내놓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ESG경영이 재계 화두에 오른 만큼 향후에도 업계 선두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선점하겠다는 일종의 각오이기도 하다.

그룹 측에 따르면 ESG 선언은 G보다 E와 S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동안 행보들 역시 환경과 사회 분야에 치중돼 왔고 화장품 기업으로서 요구되는 책임 역시 환경·사회 분야가 더 크다. 또한 지배구조는 자칫 오너십이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개선폭이 좁다는 한계가 있다.

◇오너가 아모레G 지분 57%, 내부 견제 불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ESG 중 가장 큰 약점은 지배구조다. 지주사인 아모레G와 아모레퍼
시픽은 최근 3년간 ESG 등급 평가에서 환경과 사회 부문이 A등급 이상을 유지해왔지만 지배구조만은 뒤처져 있었다. 지난해가 돼서야 한 등급 상향하며 A등급으로 올라섰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제도적 측면에서 외부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전자투표제 도입, 이사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 위원회 신규 설치 등을 통한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가 그 예”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룹 지배구조의 본질적 한계점은 이런 노력들에서 벗어나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재계에서 총수 지분율 쏠림 현상이 가장 심한 곳으로 꼽힌다. 오너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그룹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져도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 회장 지분율은 53.9%고 오너일가로 확대하면 57.01%에 이른다.


그렇다고 내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룹 상장사인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모두 사내이사보다 사외이사 수가 비대한 이사회를 갖추고 있지만, 이사회 의결사항에 반대표를 드는 이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관리·감독 역할을 해줘야 할 사외이사들은 학자 출신이 대부분이고 서 회장과 학연으로 이어져 있는 점 등은 이사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꾸준히 지목돼 왔다.

서 회장의 과다 겸직 반대도 기관투자가들의 단골 요구 사항이지만 매번 외면 받고 있다. 서 회장은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두 개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뿐만 아니라 자회사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아모스프로페셔널의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다.

지배구조 전문가는 “최대주주에 지분이 쏠려 있고 이사회 독립성까지 보장되지 않으면 의사결정이 특수관계인 중심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주주 가치 측면에서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사회 내 'ESG위원회' 설치, 효과 볼까

아모레퍼시픽그룹은 ESG경영 고도화를 위해 현재 이사회 내 ESG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ESG위원회는 ESG경영의 최고 심의기구라고 할 수 있다. 환경 및 안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주주가치, 지배구조 등 ESG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해 이사회에 보고 한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여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재 ESG위원회 외에도 이사회에 6개의 소위원회가 존재한다.

재계에서는 앞서 삼성과 SK 그룹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했고 삼성물산은 기존 거버넌스위원회를 ESG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SK㈜ 역시 올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배구조 혁신 전략을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과 SK는 모두 재계에서 이사회 기능의 변화를 선도하는 그룹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선도 기업의 행보에 발맞춰 ESG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계점도 분명하다. 삼성과 SK그룹은 ESG위원회 설치에 앞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내는 작업이 선제적으로 이뤄졌다.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확보하고 특정 1인에게 과도하게 쏠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이 같은 선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ESG위원회를 우선 설치하게 된다. 현재 서 회장이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모두 맡고 있다. 그룹 측은 경영 환경에 따라 신속하고 전문성 있는 의사결정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겸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분리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ESG위원회가 설치된다 해도 오너의 의사결정이 절대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ESG경영이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도 올해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LG그룹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선 방안으로 전 상장 계열사에 ESG위원회를 신설하면서다. LG생활건강 역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다. LG생활건강도 올해 사업 과제로 ESG경영 강화를 꼽고 있어 더욱 진일보한 지배구조 시스템을 선점하는 쪽이 화장품 업계 ESG 타이틀을 쟁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기존 2020 지속가능경영 목표 이행을 마무리했고 조만간 새로운 목표를 수립해 공개할 예정”이라며 “ESG위원회를 설치해 국내 ESG경영 선도는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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