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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공정경제 트래커]대형마트, 불공정 '갑질' 화두…잠재 폭탄 ‘후행 물류비’②수술대 오른 롯데마트 '관행 vs 개선'…이마트·홈플러스 후폭풍 우려

김선호 기자공개 2021-04-05 08:13:34

[편집자주]

2010년대 초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경제민주화'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공정경제'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재계에 더 날카로운 칼날이 드리워졌다. 특히 유통업계는 중소상공인과 상생이 필요한 영역으로 공정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상위권 대그룹과 달리 여전히 구태 흔적이 역력한 유통기업들은 이제 비로소 변화를 준비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유통기업들의 공정거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2일 11: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는 매년 화두로 떠오른다. 이러한 불공정행위를 발본색원하겠다며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칼을 빼들었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아울렛 모두 집중 점검·관리에 나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서 대규모 유통업자와 거래하는 납품업자·매장 임차인 93%는 최근 1년 간 유통거래가 이전의 관행보다 개선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선된 것으로 인식하더라도 그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롯데마트와 공정위 간 갈등으로 빚어진 ‘후행 물류비’ 논란도 잠재 폭탄으로 지목된다. 후행 물류비는 납품 업체의 상품이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전달될 때 소요되는 물류비를 의미한다. 이를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오랜 관행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롯데마트, 불공정 관행으로 '철퇴'

2017년 공정위는 그간의 법·제도와 집행체계가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해위 억제, 납품업체 피해구제와 권익보호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진단하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정위 자체적인 반성과 함께 유통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조사와 점검을 시작한 때다.

공정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이때부터 도입했다.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에 대한 근절을 위해서다.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2배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대형 유통업체에게 철퇴를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 2017년 보도자료

그중 눈에 띄는 변화는 판매분 매입방식에 대한 개선이다. 당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판매된 수량만 납품업체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처리하는 선판매 후매입 방식 관행으로 납품업체에게 재고부담이 전가되는 사례가 있었다.

특약매입 방식의 백화점과 달리 대형마트는 상품의 대부분을 납품업체로부터 매입해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와 달리 대형 유통업체가 선판매 후매입이라는 꼼수를 이용해 재고 부담을 덜어내고 있는 악질 관행을 지적했다.

이 가운데 롯데마트는 공정위의 수술대에 오른 대표적인 업체로 꼽혔다. 서면약정 없는 판촉비용 전가행위,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PB상품 개발 컨설팅 비용 전가, 저가 매입 행위 등 다방면에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이에 공정위는 2019년 롯데마트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심의결과를 내놓으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411억85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다. 공정위가 롯데마트에 내린 과징금은 금액 규모도 컸지만 대형마트 전반에 관행을 모두 개선시키라는 신호였다.

공정거래위원회 2019년 보도자료

◇미종결 논란 '후행 물류비'…불씨 남아 있다

공정위와 롯데마트 간 아직 끝나지 않은 논란이 있다. 2019년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물류비를 납품업체에게 부당하게 전가했다며 처벌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불거진 ‘후행 물류비’다. 당시 공정위는 단일 유통업체 기준 최고 수준의 과징금 4700억원을 롯데마트에 부과할 계획이었다.

후행 물류비는 납품업체의 상품이 물류센터에서 대형마트 등의 매장까지 전달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납품업체가 물류센터에 입고시키는 물류비용은 부담하더라도 그 이후 물류센터에서 점포로 옮기는 비용은 대형마트가 부담해야 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후행 물류비를 대형마트가 아닌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것은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있었다. 때문에 롯데마트는 공정위 판단이 옳지 않다며 ‘오랜 유통업 관행’이라는 입장을 내세웠고, 반면 공정위는 불공정거래 행위인 ‘갑질’이라는 논리를 적용했다.


첨예한 대립 각을 세우는 가운데 2019년 하반기 후행 물류비 건 심의절차가 종결됐고 롯데마트는 과징금 폭탄을 잠시 피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 심의절차 종결은 논란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보류된 것이기 때문이다. 후행 물류비 논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눈에 띄는 지점은 후행 물류비와 관련해 롯데마트만 집중 조사를 받았다는 부분이다. 이마트, 홈플러스가 같은 대형마트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만 유독 도마 위에 오른 모습이었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과거 상당한 제재를 받은 만큼 공정위의 표적이 됐을 것으로 바라봤다.

대형마트 전반에 납품업체가 후행 물류비를 부담하는 관행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이마트, 홈플러스 등까지 제재 대상이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후행 물류비는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논란 요소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행 물류비는 공정위가 언제든 문제 삼을 수 있는 사항이지만 대형마트 사업자 중 아무도 꺼내고 싶어 하지 않은 논란 중 하나”라며 “최대한 공정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유통업 관행을 개선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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