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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수제맥주]플래티넘, 글로벌 '품질' 인정받은 '챔피언'①배문탁 대표 ‘통신→맥주’ 사업 선회, 42억 투자금 유치 성장 재원

박규석 기자공개 2021-04-06 08:00:51

[편집자주]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태동기를 거쳐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과거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소품종 소량생산에서 다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이 한창이다. 종량세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여건도 마련됐다.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시대에 무서운 속도로 가정용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수제맥주업계 현황과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2일 15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제맥주 문화가 국내에 정착되기 이전부터 국제 대회를 휩쓸며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기업이 있다. 바로 수제맥주 1세대 기업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이하 플래티넘)다. 75평 남짓 소규모 양조장에서 출발한 플래티넘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플래티넘은 2002년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맥주제조’가 가능해지면서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정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차원에서 주세법을 개정했다. 주세법 개정 이듬해에 소규모 맥주제조 면허는 112개나 발급됐고 플래티넘 역시 무수히 많은 수제맥주 기업 중 하나였다.

급성장할 것 같았던 수제맥주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월드컵 열기가 식으면서 수요 역시 급격하게 줄었다. 면허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2014년 54개까지 쪼그라들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설과 상권에만 의존했던 게 패착의 요인이었다. 하지만 사업초기부터 수제맥주의 맛과 품질에 집중했던 플래티넘에는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됐다.


◇배문탁 대표, 가업 대신 ‘맥주’로 새 출발

플래티넘이 주세법 개정과 동시에 수제맥주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창업주 배문탁(사진) 대표이사의 오랜 계획이 녹아있었다.

서강대 경영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의 산업용 기판 제조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시절 배 대표는 브루펍(브루어리+펍) 문화를 접했고 수제맥주 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국내에서는 대형 맥주사만 설립이 가능했고 그는 계획을 잠시 미뤄야 했다.

이후 아버지가 창업한 ‘이화전기’에 입사하지만 3개월 만에 퇴사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1996년 이피코리아를 창업해 통신사 기지국에 탑재하는 산업용 배터리 수입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2002년 주세법이 개정됐고 배 대표는 오랫동안 미뤄왔던 수제맥주 사업을 위해 플래티넘을 창업하게 됐다. 2005년 그는 본격적인 수제맥주 사업 진출을 위해 이피코리아를 형에게 맡겼고 2010년에 법인을 설립했다.

플래티넘은 사업 초기 75평 규모의 소규모 양조장에 불과했지만 현재 1500여개 펍에 수제맥주를 공급하는 국내 대표 수제맥주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에는 윤정훈 브루마스터(전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캔자스 등에서 양조 경험을 쌓은 실력자다. 2014년 플래티넘에 30억원을 투자한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윤 전 부사장의 경력을 인정해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윤 전 부사장은 지난해 플래티넘을 떠났지만 그의 빈자리는 서정호 씨가 대신하고 있다. 그는 플래티넘의 새로운 브루마스터로 2002년 창업부터 함께한 인사다. 현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신제품 개발 등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부사장의 퇴임으로 플래티넘은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 사내이사 멤버였던 배 대표와 송우진 이사 외에 유재한 이사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기업 설립 이후 한 번도 선임하지 않았던 사외이사도 선임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이사는 플래티넘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과거 ㈜휘니스커뮤니케이션즈 CFO와 SK케미칼 등에서 근무한 재무 전문가다. 유 이사는 마케팅을 전담하고 있으며 BMW 코리아와 SPC, CJ엔터테이먼트 등을 거쳐 현재 자리에 올랐다.


◇국외 생산시설 구축 ‘외부 판매’ 개척

플래티넘은 수제맥주업계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외부 유통시장을 가장 먼저 개척한 기업이다. 2010년 중국 산둥성 연태에 생산 기지를 구축해 수입맥주 형태로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을 시작했다.

과거 정부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맥주에 대한 외부 판매를 금지시켰다. 2014년 이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현재는 외부 판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지만 당시에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플래티넘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에 생산 기지를 구축, 맥주를 수입하는 형태로 국내 시장에 제품을 유통했다. 사실상 국내 수제맥주 업계에서 외부판매를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017년에는 충북 증평에 두 번째 공장을 세우며 생산량을 늘렸다. 증평 공장의 경우 연간 1300만L(리터)를 생산할 수 있다. 오비맥주 등 대기업을 제외한 수제맥주 기업 중 100만L 이상의 양조 시설은 플래티넘이 최초였다.


플래티넘의 이러한 생산능력 확대에 든든한 재원이 된 것은 외부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이었다. 2014년 산은캐피털과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각각 12억원과 30억원의 투자를 받아 총 42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산은캐피털 등은 플래티넘이 가진 ‘품질’ 경쟁력을 향후 성장 포인트로 생각했다. 실제 플래티넘은 2014년 이후 국내외 맥주 대회에 끊임없이 참가하며 지속적인 제품 개발을 단행했다. 현재까지 보유한 수상 기록만 75개에 달한다. 플래티넘의 대표 브랜드인 인생에일의 경우 세계 3대 맥주 대회 중 하나인 호주 ‘2015 AIBA’에서 금상을, 국내외 10개 대회에서 10회의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플래티넘 관계자는 “창립 이후 차별화된 품질관리와 필터링을 통해 소매점 판매 등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제품 개발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세계 맥주 대회에서 다수의 입상으로 제품 우수성 입증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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