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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3자연합…행동주의 KCGI, 다음 행보는 자산운용사 설립 밑그림…거버넌스 주목 주의환기 역할도

노아름 기자공개 2021-04-05 10:15:18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2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의 재무구조·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의기투합한 3자연합이 각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가운데 선봉에 섰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CGI의 행보에도 시장 관심이 모인다. KCGI는 한진칼의 주요 주주로서 견제와 감시를 이어가는 한편 대림(옛 대림코퍼레이션) 투자금 회수 시도 이외에 자산운용사 설립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KCGI는 "지난 1일자로 합의에 따른 주주연합간의 공동보유계약 해지를 공시했다"며 "앞으로도 한진그룹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다양한 주주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협력하여 필요시 언제든 경영진에 채찍을 들 것"이라고 2일 밝혔다.

◇대림 보유지분 매각 잰걸음…자산운용사 출범 논의

시장에서는 한진그룹에 대한 KCGI의 역할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주가 흐름을 지켜보며 한진칼 보유지분을 처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자연스레 PEF 운용사 KCGI가 택할 다음 행보에도 시장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KCGI 사정에 밝은 투자업계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KCGI는 대림 투자금 회수, 자산운용사 설립 등 크게 두 가지 현안에 우선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안 모두 물밑작업이 꽤 진행됐기 때문에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DL그룹(옛 대림그룹) 지주사 역할을 한 대림 투자금 회수는 연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KCGI는 2019년 통일과나눔재단이 보유하던 대림 지분 32.6%를 1200억원에 인수해 2대주주에 올랐다. KCGI는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보유지분 매각을 위한 시장 태핑을 진행해왔으며, 조만간 결론을 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KCGI가 대림 지분을 보유하는 동안 DL그룹은 비핵심자산 매각, 지주회사 재편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는 FI로서 KCGI가 다양한 조언을 이어간 결과이기도 하다.

DL그룹은 지주회사와 건설, 석유화학 등으로 각 사업분야를 전문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복안을 현실화시켰다. DL그룹은 대림산업을 디엘과 디엘이앤씨로 인적분할하고, 디엘에서 디엘케미칼을 물적분할하는 형태를 택했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각 사업부문을 떼어내는 동시에 비주력사업으로 꼽혔던 디엔에이모터스(옛 대림오토바이)는 외부에 매각했다.

이외에 KCGI는 자산운용사를 설립해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진출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외부에서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투자업계 인물들을 접촉하는 단계로 파악된다. 부동산·인프라 등 실물자산 이외에도 KCGI 기존 색깔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처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공통된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출범 이후에도 경영참여형 PEF 운용사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설 자산운용사 구성이 마무리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고, 이후 기존 KCGI와 신설 자산운용사 등 두 하우스가 독립 운영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KCGI 측은 아직 확정된 게 없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배구조 개선 투자 지속, 반면교사 역할론에 무게

3자연합 행보가 마침표를 찍으며 그간 KCGI의 역할론 또한 새삼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초반 목표로 했던 결과물을 받아들지는 못했지만 KCGI는 한진그룹 재무구조·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시장에 다양한 메시지를 줬다.

지난해 3자연합이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며 KCGI는 기존 목표를 모두 달성하지는 못했다. 다만 기업이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이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에게 경각심을 주고 적극적 방어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이는 KCGI가 시장에 확실한 임팩트를 줬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었고, 경영권 방어가 취약한 대주주 지분 등 약점을 하나하나 짚어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의 기업가치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 중 G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관전평을 내놓기도 한다. 거버넌스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이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해야 안정적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의미에서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지배구조가 이미 좋거나 경영이 안정돼있는 곳은 '사고를 치지 않는 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주가 또한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있다”며 “최근 ESG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중요성을 놓고 볼 때 G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표면화된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KCGI가 향후 다른 행동주의 펀드의 반면교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표 대결을 위해 다른 투자자들과 손을 잡는 과정에서 계약상의 장단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3자연합 간 공동보유계약은 KCGI 등이 세를 불릴 수 있는 장점도 있었지만 애로사항도 만만치 않았다”며 “의사결정시 3자의 목소리를 일치시켜야한다는 계약조건에 따라 세세한 사항에 대해 하나하나 합의를 봐야 해 행동을 취하는 속도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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